오피니언 사외칼럼

[고전 통해 세상읽기] 存天理去人欲

위정자가 탐욕에 집착하면 개인 넘어 사회까지 불행해져

4월 총선 뛰어들 후보자들도 天理 위한 출마인지 성찰해야


요즘 4월 총선과 관련해 다양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선거에 나올 만한 사람의 동정을 비롯해 신당 창당을 둘러싸고 연일 새 소식이 전해진다. 유력 정당은 거물급 인사를 영입해 혁신의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 4월 총선에 나가려는 사람만큼 심장이 빨리 뛰고 마음이 조급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입후보자들은 자신을 알리기가 급하겠지만 시민은 알고 싶은 마음이 그리 강하지 않다. 특히 정치에 뛰어들어 변화를 일구겠다고 선언했던 사람들에게 기대를 걸었다가 한 사람 한 사람씩 기성의 정치인을 닮아가는 것을 본 사람이라면 자신을 알리려는 입후보자들에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4월 총선에 나서려는 사람은 먼저 왜 출마하려는지 자신의 입장을 선명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 당선이 되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고백해야 한다. 이 고백은 늘 자신을 돌아보게 할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는 시민과 공적으로 하는 약속이 된다.

사람이 고백을 하려면 자기 자신과 진솔하게 만나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진실할 수 없다. 진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말과 행동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뒤바뀔 수가 있다. 무엇을 왜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자문자답의 시간을 갖고 그 결과를 공표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성리학을 집대성했던 주희가 말한 천리를 보존하고 인욕을 버리자는 '존천리거인욕(存天理去人欲)'의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천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공동의 규칙이고 인욕은 개인의 이익을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의 바람을 무시하는 욕망을 말한다.

국정을 맡게 되면 자연히 정부의 주요 계획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중대 비밀을 접하게 된다. 이때 공동의 가치와 개인 욕망의 우선성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불행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자명하다. 주희는 바로 이러한 현상을 우려했기 때문에 "유가의 성현들이 하는 수많은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결국 천리를 보존하고 인욕을 버리자"는 말로 압축된다고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 '존천리거인욕'이 너무 추상적이고 가혹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주희는 고민 끝에 해답을 내놓았다. "사람이 밥을 먹는 것은 천리이고 더 맛있는 요리를 계속 찾는 것은 인욕이다(飮食者, 天理也. 要求美味, 人欲也)." 주희가 존천리거인욕을 요구하자 어떤 이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까지 참는 금욕주의를 연상했다. 주희는 존천리거인욕이 먹고 자고 입는 사람의 일차적인 욕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일차적인 욕망은 인욕이 아니라 천리에 해당된다.

다만 지금 5,000원의 식사로 충분히 배불리 먹을 수 있는데도 더 비싼 음식이 아니면 먹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거나 다 먹지도 못하면서 매일 비싼 음식 타령을 한다면 그것이 바로 인욕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인욕을 절제하지 못하게 되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낭비와 탐욕의 현상이 넘쳐나게 된다. 주희는 바로 이러한 현상을 우려하고 막기 위해 존천리거인욕을 제시했던 것이다.

입후보자가 4월 총선에 나와서 당선이 되면 개인과 가문의 영광이 된다. 하지만 당선자가 국가의 재앙이 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 입후보자는 지금 출마의 욕망이 천리와 인욕 중 어디에 해당되는지 성찰의 시간을 가져 그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