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 반응 없었지만 긴장감 팽팽… 軍 "시설 타격땐 3~4배로 응징"

새해 인사·금연송으로 방송 시작… 핵실험 비판도 담아

불규칙 방송·이동식 확성기 배치 상황따라 유연 대응

무인정찰기·자주 대공포로 운용장병·시설 보호조치

위장막 걷히는 대북확성기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8·25 합의' 이후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한 8일 오전 육군 장병들이 경기 중부전선에 위치한 대북 확성기 위장막을 걷어내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136일 만에 재개한 8일 정오, 중부전선 00지역. 대북 확성기가 136일 만에 울렸다. 여성의 차분한 목소리로 시작된 대북 방송은 북한 장병들에 대한 새해 인사와 금연 결심 등을 묻는 내용이 담겨 북쪽으로 넘어갔다. FM자유의소리 여성 DJ는 우리 가요인 건아들의 '금연'과 미미와 감자의 '오빠 나 추워' 등을 확성기를 통해 북쪽으로 날려보냈다. 군 관계자는 "확성기 방송시설에 대한 북한의 포격도발이 일어날 경우 3~4배로 응징할 계획"이라고 단호히 밝혔다.

◇대북 방송 재개, 전선 분위기는 평온=귀에 울리는 확성기 소리 빼고 휴전선은 평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시작되고도 북한 측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아직까지 대남 방송을 실시하지 않아 휴전선 일대는 평온한 분위기다.

다만 한낮인데도 기온은 영하 10도, 체감온도 영하 18도라는 점이 이곳이 최전방이라는 점을 대신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확성기 주변의 긴장감은 최고조라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우리 군은 확성기와 운용 장병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을 곳곳에 깔았다. 적 보병에 관한 대응 태세는 물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무인정찰기와 대전차 미사일, 비호 자주 대공포가 부근에서 확성기 방송시설을 엄호했다.

◇상황·여건 따라 유연한 대북 방송 실시=군이 대북 방송에 임하는 전략도 휴전선에서 느꼈던 분위기와 비슷하다. 우리 군의 대응은 한마디로 '단호하되, 유연하게'로 압축될 수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긴장이 조성된 만큼 대북 방송을 통해 그 부당성과 시정을 요구하면서도 보유 중인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 전부를 한꺼번에 운영하는 게 아니라 지역 여건과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중부 전선 0사단 관계자도 "대북 확성기 방송은 24시간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하루 2~6시간 불규칙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나머지 방송시설도 전부 운영하지만 방송시간대를 일률적으로 잡는 게 아니라 유연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군의 심리전 담당자는 방송 내용에는 '유치한 내용은 제외할 것'이라고 밝혀 당분간 이 같은 편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이어 한일 국방장관 화상통화도=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8일 밤 늦게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과 전화로 북한 핵실험에 대한 견해를 나눴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공동보조를 통해 한일 간 군사협력도 더욱 공고해지는 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일본과 위안부 협상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으나 군의 한 관계자는 "대북 관련 정보를 역내 국가들이 공유한다는 자체가 대북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될까, 향후 시나리오는?=우리 군은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경우에 대비해 단계별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이 추가로 도발하고 나올 경우 이동식 확성기와 초대형 전광판도 전방지역에 설치하고 일부 탈북자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북 풍선 날리기'를 통해 압박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 예비역 장성은 "북한 주민들에게 뿌릴 전단은 물론 부식 등 물품 살포 등 다양한 압박수단이 있다"며 "점차적으로 강도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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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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