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비바람 불어도 투자·일자리 늘리겠다는 기업들

연초부터 중국 증시가 폭락하고 이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까지 출렁이고 있다. 북한의 느닷없는 핵 도발까지 겹쳐 우리의 경제 여건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드는 중이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일본과 중국의 틈에 끼어 격전을 치르고 있는 기업들마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활력을 잃는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경제신문이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다행이다.

설문에 응한 79개 주요 기업의 절반가량인 49.2%가 올해 설비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전년 수준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42%를 더하면 90% 이상이 투자를 유지 또는 확대하는 셈이다. 기업들은 이 시대 최대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일자리 확대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무려 63.6%가 올해 채용을 지난해보다 '1~5% 확대'한다고 답했고 '6~10% 확대'와 '11% 이상 확대'도 각각 12.1%와 6.1%에 달했다. 설문 결과를 보면 기업의 투자 의욕과 성장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물론 기업을 둘러싼 경제 여건은 우울하기만 하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나빠지고 경제회복 시기도 오는 2018년 이후나 될 것으로 기업들은 내다보고 있다. 당연히 10곳 중 7곳이 비용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맬 생각을 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처럼 곳곳에 널린 지뢰를 감수하고라도 성장의 고지에 올라서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것은 전진하지 않으면 후퇴하고 후퇴하는 순간 죽는다는 것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분기 영업이익이 5개 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8일 밝혔다. 현대자동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수입차의 공세로 줄어들어 지난해 처음 40%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마저 이렇게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나머지 기업들의 생존 경쟁이 얼마나 치열할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기업들에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노동개혁법·서비스산업발전법·기업활력제고법 등의 국회 통과일 것이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수뇌부가 모두 참석한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기업인들이 한목소리로 법 통과를 호소했을까. 여야는 지금 기업의 사기를 북돋우기는커녕 막다른 곳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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