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파트 값 상승률 1위를 기록한 대구 광역시 주택시장이 최근 들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초 들어 전국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하락한 것이다.
10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6% 하락했다. 지난 주 0.07%의 하락률을 기록한 데 이어 2주 연속 전국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진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 달성군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무려 0.11% 내려갔고, 달서구가 0.09%의 하락률로 그 뒤를 이었다.
대구의 아파트 값 하락세는 단지별로 봐도 두드러진다.
대구 수성구 '수성래미안' 전용 126㎡는 지난해 10월 6억7,700만원에 실거래 됐지만 불과 3개월여가 지난 현재 2,000만원 이상 떨어진 6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지난해 11월 3억 2,850만원에 실거래 됐던 대구 달서구의 '삼성래미안1차' 전용84㎡ 역시 현재 3억~3억1,000만원대에 매물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달서구 인근 S 공인 대표는 "2~3달 전과 비교하면 아파트 가격이 2,000만원 이상 빠졌다고 보면 된다"며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매수를 생각하던 사람들도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구 아파트 가격이 지난 한 해 워낙 많이 오른 탓에 최근 미국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로 급랭하는 부동산 시장 분위기의 영향을 빨리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한해 대구 아파트의 1㎡당 평균 매매가격 상승률은 16.58%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지만 가수요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무리한 투자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대구의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공급 과잉이나 가수요자가 많다는 등의 문제 제기는 계속돼 왔다"며 "올해와 내년에 대구에만 4만5,000여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어 공급 과잉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데다 대출 규제 강화까지 예정돼 있어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