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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죽음에 대해 활발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제40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경욱 작가는 11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수상작은 지난해 월간 '문학사상' 4월호에 발표한 단편 '천국의 문'이다. 이상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요양병원에서 치매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 아버지의 죽음을 딸의 시선으로 처리하고 있는 이 작품은 한국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노인과 병과 죽음, 가족공동체의 해체 등 여러 겹의 문제들을 한데 응축시켜놓고 있다"고 평했다.
작가가 아닌 인간으로 오랜 기간 죽음에 대해 사유했던 김 작가는 여러 해 동안 투병하다 지난해 돌아가신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봤던 경험 등을 책에 녹였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택했지만 단순히 죽음에 대해 느끼는 개인적 감정들에만 천착한 것은 아니다. 김 작가는 "우리 사회는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있는데 이런 문화가 이별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을 방해하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며 "죽음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하고 사회가 죽음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분위기에서 다른 관점으로 죽음을 보려 한 작가의 의도는 책 제목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작품에서 '천국의 문'은 작가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몸속에 있는 혈로 이 혈을 자극하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 자칫 무겁고 우울한 듯 보이는 주제지만 작가는 오히려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면 할수록 삶에 대한 의미를 더욱더 잘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 작가는 "삶만 생각하면 온전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 어렵다"며 "삶과 반대인 죽음을 생각할 때 삶의 의미가 더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문학상은 이상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77년 만들어졌으며 올해 본심에 오른 우수작에는 정찬의 '등불', 윤이형의 '이웃의 선한 사람', 황정은의 '누구도 가본 적 없는', 김탁환의 '앵두의 시간', 김이설의 '빈집' 등 5편의 작품이 포함됐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열리며 수상작품집은 이달 21일 발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