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0.2초의 끌림' 패키지 경제학이 필요한 이유


지난 2014년 말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부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것은 쇼핑백을 바꾸는 것이었다. 기존의 짙은 갈색 무거운 느낌의 패키지를 흰색으로 교체하면서 묵직한 클래식 이미지를 트렌디한 클래식으로 구찌 이미지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 화려한 꽃과 달콤한 컬러로 리뉴얼한 구찌는 최근 몇 년간의 부진을 씻고 지난해 재도약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포장 패키지가 곧 브랜드'라는 인식에 따라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 소비재 업체마다 상품력 외에 차별화된 포장 디자인을 생존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패키지디자인 업체 브라비스인터내셔날의 사사다 후미 대표는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것은 바로 '끌림'"이라며 "상품은 가장 먼저 머리가 아닌 가슴에 호소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장은 소비자가 눈길을 던진 0.2초 만의 전쟁이 펼쳐지는 곳"이라고 단언한다. 즉 쇼핑백을 비롯해 포장지, 제품 패키지 모두 소비자가 갖고 싶게 만들어야 상품 이상의 가치를 발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영아 애술린코리아 대표는 "명품 브랜드는 쇼핑백을 만들 때 손잡이 부분을 두텁게 만들어 브랜드의 중후함을 전달하는 데 힘쓴다"며 "국내 브랜드를 컨설팅할 때도 쇼핑백 등 패키지에 상당 부분 신경쓰도록 한다"고 귀띔했다.

덕분에 샤넬이나 구찌·프라다·에르메스의 쇼핑백들은 자체로도 여심을 사로잡고 있고 중고 시장에서 몇만 원에 거래된다. 심지어 카피 쇼핑백까지 거래되기도 한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국내 브랜드들은 '끌림의 경제학'에는 무관심한 편이다. 특히 K뷰티의 대표주자인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명품 브랜드의 패키지 전략을 살펴볼 때다.

지난해 마카오 신라면세점에서 만난 한 직원은 "외국인들이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패키지가 '친절하지 못하다(unkind)'고 호소한다"고 전했다. K뷰티의 대표 브랜드인 설화수나 아모레퍼시픽(AP) 등 아모레퍼시픽 계열 브랜드 패키지의 경우 다양한 연령층을 끌어들이기에는 다소 클래식한데다 소유욕을 불러일으킬 만큼 매력적이지 못하며 제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 또한 지나치게 없다는 지적이었다. 이미 다른 뷰티 기업들은 패키지 디자인으로 소장 가치를 높이거나 '0.2초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LG생활건강 후는 무령왕비 금귀걸이 모티브 등을 적용한 다양한 패키지 디자인으로 중국 여성층을 공략했고 토니모리·투쿨포스쿨·바닐라코 등 K뷰티 후발주자들 역시 유머러스한 감성의 '펀 패키지 마케팅'으로 글로벌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제품력으로 마음을 얻는 것 이상으로 이제는 여성들의 화장대를 멋스럽게 장식할 소유하고픈 패키지로 그들의 눈을 신경 써야 할 때가 됐다. 그동안 품질로만 승부를 건 겸손한 도전은 끝났다. 설화수 매출 1조원 시대를 연 지금이야말로 공격적인 패키지 전략이 시급하다.

심희정 생활산업부 차장 yvett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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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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