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병역기피자 이제 숨을 곳 없다

박창명 병무청장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는 옷고름이나 치마끈을 풀어놓고 죄어 매지 않은 것을 '창피(昌披)'라고 표현했다. '창'과 '피'는 각각 '연다' 또는 '풀어헤친다'는 뜻으로 마땅히 여미고 정돈해야 할 부분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으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늘 몸가짐을 돌아보고 예에 어긋나지 않도록 경계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에는 옷매무새를 갖춰야 하는 것처럼 해야 할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이를 지키지 못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창피를 당하게 되고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무엇보다 창피를 알고 이행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할 의무는 병역이 아닐까 한다.

병역은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이행해야 할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다. 이를 잘 아는 대부분의 젊은이는 병역 의무를 성실하게 다하고 있다. 그러나 대단히 '창피하게도' 일부 젊은이들은 여전히 병역을 기피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이러한 행위는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박탈감을 줄 뿐 아니라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병무청은 병역기피자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성실한 병역 이행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병역기피자 인적사항 등의 공개 제도를 도입했다. 공개 대상자는 지난해 7월1일 이후 병역을 기피한 사람이며 성명·나이·주소·기피내용 등이 병무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입대할 시기가 됐는데도 귀국하지 않고 불법으로 외국에 체류하고 있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정해진 날짜에 징병검사를 받지 않거나 현역병 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 통지서를 받고도 불응한 사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개 과정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공개 대상자로 선정된 사람에게는 인적사항 등이 공개됨을 사전에 통지하고 병역 의무를 기피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사람에게는 소명 기회가 부여된다. 공개 대상자는 병역의무기피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러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명단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기는 올해 중반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년 벽두부터 우리를 심란하게 하는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일 관계가 모처럼 전기를 맞는가 싶더니 중동의 정세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갑작스러운 북한 핵실험은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치·군사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튼튼한 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병역 기피는 개인의 창피를 넘어 사회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해악이 될 수도 있다. '나 혼자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병역을 기피했다가는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자발적 병역 이행은 스스로에게는 긍지가 되고 주변으로부터는 존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자랑스러운 권리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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