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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필의 음악 이야기] 문화 수준

필자가 스페인을 비롯해 유럽에서만 10년을 넘게 살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어느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가늠해 보려면 제일 먼저 그 나라의 공연문화 수준을 살펴 보면 된다는 것이다. 음악을 비롯한 연극 뮤지컬 등..그 나라에서 올려지는 공연의 질과 그것을 즐기는 청중의 성향, 눈 높이 등을 확인해 보면 문화수준의 전체적인 윤곽을 금방 알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짧은 시간 내에 문화수준이 향상된 나라도 없을 것이다. 남과 북이 전쟁을 치루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너무나 힘든 경제 상황과 어쩌면 미개한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던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우리는 단 몇십년만에 현재의 수준으로 끌어 올려 대한민국을 아시아 최고의 문화소비 국가 중 하나로 만들었다.

요즘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올려지는 공연의 면면을 살펴보면 전세계의 최고 아티스트들이 앞 다투어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게 하고 우리나라 예술가들의 활동 또한 해가 다르게 더욱 활발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물적 인프라도 좋다. 현재 전국의 공연장 수는 1,127개로 웬만한 군 단위까지 뻗어있다. 또한 공연을 위해 군 단위 지방에 가보면 시설이 매우 만족스러운 곳들이 많다. 이제는 장소가 없어 공연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하지만 공연의 지역별 양극화가 심하다. 거의 모든 공연예술활동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한 해에 전체 공연 중 50%가 넘는 공연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특히 인기 공연일 경우는 거의 모두 수도권, 정확히는 서울에서만 열린다.

지방은 공연장은 있는데 문화콘텐츠 공급이 여의치 않아 완성도가 떨어진 공연을 올리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공연을 보러온 청중의 수준, 즉 공연을 바라보는 청중의 눈높이가 되어진다. 결국은 그 지역 청중들이 원하는 공연의 수준과 그 다양성이 떨어지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공연장은 훌륭한데 만약 그 곳에서 올려지는 공연의 질이 좋지 않다면 이 얼마나 슬프고 유감스러운 일인가! 무엇보다 청중이 어떤 것이 진정 좋은 공연인지 알지도 못하고 그 알 기회를 갖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이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전국에 많은 공연 관계자들이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양극과 해결이 과제로 남아있지만 그동안 많은 문화예술인의 노고 덕분에 우리나라의 공연문화 수준이 이만큼 발전했음을 공연계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필자는 요즘 우리의 청중을 위해 오롯이 우리의 손으로, 우리에게 맞는, 훌륭하고 다양한 공연을 많이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외국의 좋은 공연을 그대로 가져와 우리 청중에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진정한 공연문화 수준을 높이는 일은, 처음부터 창조 되어지는 아이디어와 그 실행, 제작 그리고 무대 뒤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모든 것이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져 완성 되어지고 또한 그 공연을 본 우리의 청중이 즐거워하고 진정으로 감동을 받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이루어가야 할 진정한 우리의 공연문화 수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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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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