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유일호 경제팀 출범] 기재부-한은 오월동주 이어질까

崔 전부총리-李 총재 때는 폭탄주 회동하며 찰떡공조

성장률·저물가 추이 따라 통화정책 엇박자 배제못해

모두발언하는 유일호 장관
이주열 한은 총재 브리핑


유일호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등장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간 정책공조에도 미묘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전임자인 최경환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역대 부총리·한은 총재들의 궁합과 비교해도 '찰떡공조'라 불릴 만큼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최 부총리는 취임 닷새 만인 지난 2014년 7월21일 이 총재를 찾았다. 그리고 한은은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어 9월 호주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최 부총리의 "금리의 금자도 꺼내지 않았지만 척하면 척"이라는 발언은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비난을 몰고 왔다. 그럼에도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의 정책공조는 최 부총리 임기 내내 이어졌다.

지난해 9월 명동에서 가졌던 '폭탄주 회동'은 찰떡공조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다. 당시 "두 기관은 한 수레 두 바퀴다. 톱니가 균형이 잘 맞아야 수레가 잘 굴러간다"며 자주 만남의 기회를 갖자는 최 부총리의 말에 이 총재는 "정책 이해도를 높여야 폴리시믹스가 잘 된다"고 화답했다. 두 기관의 정책공조로 지난해 3·4분기 우리 경제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라는 악재를 뚫고 6분기 만에 1%를 넘어선 1.3% 성장을 기록했다.

유 신임 부총리도 이 같은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유 신임 부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은과 거시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기회를 자주 만들겠다"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원론적이지만 한은 통화정책의 독립성 문제를 이례적으로 강하게 냈다는 점이다. 그는 청문회에서 "(금리정책은) 전적으로 독립적 결정권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있고 이를 훼손하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유 신임 부총리가 맞닥뜨리는 경제상황이 최 부총리 취임 당시와 다르기도 하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중국의 증시 불안과 위안화 평가절하로 자본 유출도 심상찮다. 기재부가 한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기 쉽지 않다. 다만 국내경기 회복이 더디고 저물가로 물가안정목표 달성이 까다로워진 점은 여전히 금리 인하 압박요인이 될 수 있다.

한은은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 어느 때보다 통화정책의 여지가 좁은 상황"이라며 "새로 취임한 부총리가 가계부채 관리와 구조조정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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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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