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아~ 옛날이여"… 금영의 끝모를 추락

저작권료 못내 반주기 판매·신곡 업데이트 금지 당해

대리점·노래방에 제대로 알리지 않아 불법 유통 방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재정난… TJ미디어 독주 가능성"


국내 노래 반주기 제조기업 금영이 재정 상황 악화로 음악 저작권료를 미납하면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12일 서울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금영은 지난해 2·4분기와 3·4분기의 저작권료를 미납해 지난해 12월 12일자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의 계약이 해지됐다. 미납된 금액은 15억5,000만원이다. 이에 따라 협회 관리곡이 수록된 금영 노래방 반주기 판매와 반주기 내 신곡 업데이트는 불법이다. 하지만 금영은 이를 대리점과 노래방 등 사업장에 정확히 통보하지 않고 불법으로 음악 저작물을 계속 유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는 현재 금영과 대리점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할 계획이다.

저작권법 상 노래 반주기 사업자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음악 저작물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사용료는 신곡 사용료와 기존 수록곡 사용료로 나뉜다. 분기별로 해당 기간 동안 출시된 신곡 사용료(곡당 1,200원)와 수록곡 월정 사용료를 내야한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평균 보유하고 있는 곡은 3만곡 이상이다. 한 곡당 최소 2명의 작사가와 작곡가가 있으므로 저작권 피해자 수는 6만명에 달하는 셈이다.

음악저작물 사용 계약서 영업용 제8조에 따라 계약이 해지될 경우에 사업자는 즉시 협회가 관리하는 저작물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협회 관계자는 "금영 관계자들이 대리점에 이 사실을 통보하지 않고 오히려 판매를 방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신곡을 계속 복제하고 판매하면 불법행위에 관여한 당사자와 대리점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금영의 추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고 보고 있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 그 원인이라는 평가다. 국내 노래방 반주기 시장을 거의 독점하던 금영은 사업 확장을 위해 지난 2012년 아이디에스와 르네코 지분을 인수했다. 아이디에스는 중·소형 휴대폰 부품 사업을, 르네코는 음향·통신장비를 제조하는 회사다. 하지만 인수한 회사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금영의 재정 상황은 나빠졌다.

아이디에스는 현재 대출 원리금 34억원을 연체해 주식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지난 4일 금영은 아이디에스에 65억원의 무상증여를 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영이 실적 나쁜 계열사를 살리려다 본사 재정이 어려워진 걸로 안다"며 "저작권료 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부과된 41억원의 과징금도 다 못 낸 상태"라고 설명했다.

금영의 경영난으로 노래방 시장이 TJ미디어 독주체제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노래반주기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시장 내 금영 제품 공급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자금 부족으로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금영과 TJ미디어 중 하나의 제품을 썼는데 금영의 시장을 TJ가 가져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금영 직원들은 상당히 위축된 상태다. 한 직원은 "경영진의 마인드가 바뀌기 전까지 금영이 과거의 영광을 찾는 건 힘들것 같다"며 "손 놓고 경영진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금영의 최근 3년간 실적은 계속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554억원이던 매출액은 2013년 502억원, 2014년 452억원으로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2012년 301억원 손실을 낸데 이어 2014년에도 26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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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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