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KDB생명 매각 먹구름

덩치 키우기 실패에 고금리 상품 판매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

인터넷 보험시장 1위자리도 뺏겨… 저축성보험 위주로 실적 올려와

M&A시장서 외면 받을 가능성… 산업銀 자회사 관리 책임론 일어


산업은행이 대우증권에 이어 매각해야 할 금융자회사인 KDB생명이 볼륨 확대에 실패하는 동시에 수익성에도 우려가 제기돼 향후 매각에 난항이 예상된다. 덩치를 키우기 위해 수년간 팔아온 고금리 상품이 조만간 수익성 악화를 불러올 수 있어 산은의 자회사 관리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해 인터넷보험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교보라이프플래닛에 내줬다. KDB생명은 지난 2014년 신계약 월납 초회보험료 기준 인터넷보험 시장에서 30.2%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8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점유율 24.6%를 기록, 30.8%를 기록한 교보라이프플래닛에 밀렸다. 인터넷 채널 강화에 최소 수십억원을 투자한 KDB생명으로는 뼈아픈 상황이다.

KDB생명의 하락세는 신계약 증가율에서 두드러진다. 지난해 10월 KDB생명의 신계약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5.7% 감소했다. 전반적인 불황으로 생명보험 업계 전체적으로 마이너스 18.5%의 성장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KDB생명의 감소율은 업계 2배에 육박한다.

문제는 앞으로다. KDB생명은 더 이상 높은 이율을 제공하기 힘들 정도의 고금리 상품을 팔고 있어 신규 활로 찾기가 어려운 탓이다. 실제 보험 슈퍼마켓인 '보험 다모아'에서 세제 적격 연금저축보험 상품을 비교해보면 KDB생명의 공시이율이 3.5%로 업계에서 가장 높다. 금리연동저축 보험 상품을 살펴보면 공시이율이 3.05%로 타사에 비해 높지 않지만 최저보증이율이 2.85%로 업계 1위다. 방카슈랑스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은행에 떼 줘야 하는 높은 수수료율까지 감안하면 손익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런 고금리 상품은 KDB생명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다. KDB생명은 2014년 최저보증이율이 3.65%에 달하는 '알뜰양로저축보험'을 팔아 시장의 돌풍을 일으켰지만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몸집을 키운다는 비판이 있었다. 지난해 초 KDB생명의 대주주인 KDB칸서스밸류사모펀드(PEF)가 펀드 만기를 2017년 2월로 연장한 후 해당 상품의 최저보증이율도 내리며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여전한 불안 요소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KDB생명의 매각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초저금리 환경에서 KDB생명이 저축성 보험 위주로 실적을 쌓아온 탓에 인수합병 시장에서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난 대우증권 매각 당시 KDB생명을 묶어서 팔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자칫 대우증권 매각마저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검토 단계에서 배제됐다.

이 같은 KDB생명의 형편을 두고 소유주인 산업은행 책임론도 제기된다. 산은이 2014년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KDB생명 매각에 실패한 후 몸집 키우기와 미래 수익성 제고 중 어느 하나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못 낸 탓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과 관련해 중소형 보험사들이 내년 이후 시장 매물을 쏟아낼 것이라는 전망까지 감안하면 KDB생명은 두고두고 산업은행의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KDB생명은 계열 사모펀드가 대주주라는 점에서는 손절매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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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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