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집권당 경제 실패… 이미 선거는 끝났다"

총통선거 D-2… 대만 민심은

8년간 親中정책에 의존도 절대적… 中경기둔화 직격탄

일자리 잃은 젊은층 외면… 野 후보 20%P差 크게 앞서

"스마트 타이완 통해 경제 회복" 양안관계 변화 불가피

"국민당은 타이상(臺商·중국 내 대만 기업인)의 배만 불렸습니다." 대만 타이베이 시내 하워드플라자 앞에서 만난 쑹펑상(37)씨의 말은 총통선거를 이틀 앞둔 대만 젊은 층의 민심이 그대로 묻어났다.

13일 낮 타오위안 공항에 내려 타이베이 시내로 들어오는 길은 의외로 차분했다. 비가 오는 날씨 때문인지 시내에는 간간이 선거 현수막과 벽보가 보일 뿐 떠들썩한 지원유세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리룬 국민당 후보와 차이잉원 민주진보당 후보가 지방유세 중인 것도 이유다.

선거를 이틀 앞뒀지만 판세는 사실상 기운 상태다. 집권 국민당은 양안관계 개선을 내세우며 대륙 향수에 젖어 있는 장년층을 공략했지만 중국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대만 경제에 일자리를 잃은 젊은 표심은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국민당을 떠났기 때문이다. 빈과일보는 "대만 국민들에게 이미 선거는 끝났다"며 정권교체와 첫 여성 총통 탄생을 기정사실화했다. 지난 5일 마지막으로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 차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40~51%로 주 후보를 20%포인트 격차로 크게 앞서고 있다. 이 때문에 선거의 관심은 선거 자체보다는 이후 양안관계 변화와 차이 후보의 경제정책에 모아지고 있다.

마잉주 총통이 이끄는 국민당 정부의 친중 정책으로 지난 8년간 양안교류가 크게 확대되면서 대만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수출액의 40%, 해외투자의 60%가 중국(홍콩 포함)이다. 특히 높아진 경제의존도만큼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중국 경기 둔화는 대만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지난해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0.8~0.9%에 그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마이너스다. 과거 한국과 비슷했던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지금은 한국의 37%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이른바 '22K세대(초임 2만2,000대만달러, 약 88만원)'로 전락한 2030세대에게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은 경제다. 스치핑 대만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집권 국민당은 문제가 경제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차이 후보는 집권 후 양안관계의 '현상 유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중국과 더 밀착하지는 않겠지만 과거 천수이볜 총통 시절처럼 급진적인 대만 독립 추진으로 양안관계의 긴장을 유발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양안관계는 지금보다 소원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의 기본인 '92공식(컨센서스)'을 인정하는 것이 양안관계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하지만 차이 후보는 이를 "모든 대만인의 컨센서스는 아니다"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양안 간 경제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차이 후보는 "잃어버린 8년을 찾아야 한다"며 "스마트 대만을 통해 경제를 회복시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홍색공급망(紅色供給網·Red Supply Chain)' 정책이 대만에서 큰 벽에 부딪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홍색공급망이란 부품조달과 완제품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중국 내부에서 해결한다는 의미로 이를 위해 그동안 중국 자본은 경쟁력 있는 대만 정보기술(IT) 기업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대만 금융전문지인 차이진원화의 셰진허 이사장은 "중국의 홍색공급망 확대와 대만 기업의 경영악화로 중국 자본의 대만 기업 인수는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때문에 정권교체 후 전략업종에 대한 M&A규제가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타이베이=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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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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