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대 기업공개(IPO)가 유력한 호텔롯데의 상장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호텔롯데는 이미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고 한국거래소는 오는 22일 이전에 호텔롯데에 대한 상장심사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이르면 4월까지 상장을 완료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호텔롯데는 거래소의 심사 승인이 떨어지는 대로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로드쇼)를 발 빠르게 진행할 예정이다. 호텔롯데는 당장 이달 25일부터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3일 동안 해외 투자설명회를 실시한다. 이번 투자설명회는 강성태 재경부문장(CFO)이 주도하며 호텔롯데의 성장 가능성과 투자계획을 해외 기관투자가에 공개하고 반응을 살피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미국과 유럽 지역의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도 연달아 진행할 방침이다.
호텔롯데는 공모로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3조7,000억원을 대대적인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마련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제시함으로써 IPO 참여를 적극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상장자금 가운데 1조4,000억원을 투입해 '글로벌 호텔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 11곳, 해외 6곳의 호텔을 운영하고 중인 호텔롯데는 2020년까지 세계 주요 도시에 33개 호텔을 추가로 인수해 총 50개의 사업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럽·동남아·중국 지역 등 세계 주요 거점에 호텔롯데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IPO를 마치면 충분한 투자자금이 확보된다"며 "적합한 해외 인수합병(M&A) 매물이 나오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미국 뉴욕 소재 '뉴욕팰리스호텔' 인수로 선진국 시장 진출을 위한 기초를 닦은 호텔롯데는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유망한 호텔을 인수하기 위한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파리의 경우 상장자금 중 수천억원을 투입해 이른 시일 안에 성과를 낸다는 각오다. 러시아에서는 모스크바에 이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별도 법인을 설립, 현지에서 두 번째 호텔을 개장하고 사마라에도 3호 사업장을 낼 예정이다. 아울러 동남아 지역에서는 금융 중심지인 싱가포르와 미얀마 양곤에 호텔을 새로 열 계획이며 중국 산둥(2017년)과 청두(2019년)에도 롯데의 이름을 단 호텔이 개관된다. 미국 뉴욕 맨해튼과 로스앤젤레스·시카도 등도 유력 투자 후보지역이다.
국내에서는 해외 관광객을 겨냥해 부산 해운대에 6성급 호텔 '시그니엘'을 지어 한국의 상징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20~40대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비즈니스호텔 사업 확장을 위해서도 과감하게 공모자금을 투입한다.
서울 잠실 월드타워점의 면세사업 철수로 위축된 면세사업 부문도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명예회복에 나선다.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공모자금 등을 활용해 서울 소공점(본점)의 11층 일부와 12층(2,760㎡ 규모)을 확장함으로써 새로운 매장으로 탈바꿈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호텔롯데 쪽은 소공점의 면세사업 공간이 늘어나면 신규 브랜드를 추가로 들여놓는 동시에 월드타워점 임직원의 일자리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남은 걸림돌은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 문제다. 호텔롯데가 지난해 8월 IPO 추진 방침을 밝혔을 당시 상장주관사 입찰경쟁에 참여한 13곳의 증권사는 평균 20조원 안팎의 시가총액을 제시했다. 이는 월드타워점의 면세점 특허권 연장 실패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에 따른 매출액 감소를 고려하지 않은 계산이다. KDB대우증권·씨티글로벌마켓증권·메릴린치인터내셔날증권 등 3곳의 대표주관사가 최근 제시한 호텔롯데의 시가총액 규모는 15조원 수준이다. 공모 규모 예상치도 기존 5조~6조원 수준에서 3조원 후반대로 낮춰 잡았다. 호텔롯데의 유일한 비교 대상으로 꼽히는 호텔신라의 최근 주가부진도 변수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7월 주가가 14만원을 넘어섰지만 14일 종가 기준으로 6만3,000원까지 하락하면서 6개월 동안 반 토막이 난 상태다. IB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호텔롯데의 상장 여건이 지난해보다 나빠진 것은 사실"이라며 "1·4분기 중에 진행될 해외 기관투자가 대상 투자설명회 반응에 따라 예상 시가총액 규모나 공모자금액을 상황에 맞게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심희정·송종호·지민구기자 mingu@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