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빵, 글로벌 그리고 상생-정문목 CJ푸드빌 대표


가장 세계화된 음식을 꼽으라면 빵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밀가루가 귀해 잔칫상에서만 밀가루 음식을 볼 수 있었던 때와 달리 빵은 우리나라에서 주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빵 대중화의 일등공신은 제과 전문점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뿐만 아니라 최근 마트와 백화점·커피전문점·편의점에서도 빵을 팔 정도로 판매 채널이 다원화됐다.

빵은 사회적 이슈를 만들기도 한다.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에서는 2013년 빵 부족으로 민심이 동요하고 정국이 혼미해졌다. 외환보유액이 부족해 주식인 빵 배급제 도입 움직임이 일자 민심이 성난 것이다. 같은 해 우리나라에서는 빵집 수가 많아 대기업은 제빵 사업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제과 품목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됐고 제빵 프랜차이즈업체들은 지난 3년간 국내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그렇다면 대기업들이 제빵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편적인 음식인 빵을 통해 한국의 식문화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서다. 식품·외식 전문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뚜레쥬르만 해도 2004년 미국 진출을 시작으로 해외 사업을 진행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브랜드 제과 기업 중 최다 해외 점포 수인 214개점을 운영 중이다.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기본 음식문화인 빵과 커피에 대한 역량 확보는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재해석한 우리만의 빵과 커피가 세계화된다면 광의적 의미에서 한국 식문화의 세계화라 할 수 있다. 실제 에스프레소 커피와 피자는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세계화하는 데는 스타벅스·피자헛 등 미국 브랜드의 역할이 컸다.

이미 국내는 주요 토종 브랜드가 적합업종으로 발이 묶인 상황을 틈타 프랑스·미국·영국·일본 등 세계적인 베이커리와 디저트 전문 브랜드가 다수 진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제빵 브랜드는 앞으로도 문화라는 옷을 입고 국경의 경계 없이 소비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제빵 브랜드가 국내·해외 성장의 선순환 연결 고리를 갖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 등 선결 과제가 있다. 이와 함께 자영업 창업 지원을 위해 가맹사업을 전개하면서 불거진 독립 자영업 빵집과의 경쟁 관계를 상생과 동반성장, 선의의 경쟁 관계의 생태계로 조성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제과 기업의 육성을 위해 글로벌 역량 강화, 동반성장 측면에서 불필요한 규제는 없는지 살펴보고 실질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만의 베이커리 식문화를 세계화하기 위해 개인과 대기업 간의 상호 의존을 통해 협력하는 미래형 상생 모델 육성 방안도 마련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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