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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지 브랜드에 힘 싣고 글로벌 바이어 등과 교류
K패션 민간외교사절 역할
패션 기반 웨어러블 제품… CES2016서 대거 선봬
스마트웨어시장 선도 의지
"준지, 자랑스럽다."
세계 최대 패션 박람회 이탈리아 '삐띠 워모' 게스트 디자이너로 초청받은 '준지'의 정욱준 디자이너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서현(사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직접 이탈리아 피렌체 현지로 날아갔다. 준지의 글로벌 패션 시장 진출을 알린 삐띠 워모 박람회에 참관해 박수갈채와 함께 "벨리시모(매우 아름다운)"를 외친 이 사장은 "준지의 콜렉션을 통해 우리도 세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만큼 끊임없이 도전하자"고 말했다.
이서현 사장의 세계 시장에 대한 도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SPA 브랜드와 수입 컨템포러리 브랜드의 공세로 수세에 몰린 토종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말 전면에 나선 이 사장은 새해 첫 외부 일정으로 K패션의 선봉인 준지 패션쇼를 선택, 전세계 바이어 및 글로벌 패션 거물들과의 민간 외교에 팔을 걷어부쳤다.
18번 파리콜렉션을 거치며 클래식에 대한 다양한 해석으로 해외에서 이름을 높인 정욱준 디자이너는 한국 브랜드 최초로 지난 10월 삐띠 워모의 남성복 게스트 디자이너로 선정됐다. 준지는 이번 패션쇼에서 '레스(LESS)'를 주제로 라이더 재킷과 무스탕을 재해석하며 새로운 남성복의 미래상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준지 콜렉션을 찾은 라파엘로 나폴레오네 삐띠 워모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패션업계를 흔드는 보그 인터내셔널 에디터인 수지 멘키스 등 패션계 인사와 라파예뜨 레끌레어, 바니스, 삭스 등 주요 백화점의 바이어들과 교류하며 미국 패션학교 FIT 출신답게 글로벌 현장 경영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준지의 성공신화 역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 사장의 인사이트가 낳은 결과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사장은 또 최근엔 패션을 기반으로 한 획기적인 웨어러블 제품을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6'에 선보이며 스마트웨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패션의 고정관념을 깬 다양한 스마트웨어 제품들은 현지에서 호평받으며 다시 한번 이 사장의 공격적인 글로벌 행보가 주목받았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원톱 경영자로 올라선 이 사장의 합류로 삼성물산 패션은 자율과 혁신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부임하자마자 신년 인사에서 이 사장은 젊은 CEO답게 부친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 주창한 '스피드 경영'과 자율출퇴근제가 골자인 '집중 근무제'를 주문했다. 그는 '삼성물산의 꿈'은 세계화라며 삼성물산을 글로벌 회사로 키우겠다는 담대한 목표를 제시하는 등 승부사 기질을 드러냈다.
오너가 진두지휘해 유연한 조직문화를 주문하는 바람에 패션업계 불황으로 위축됐던 조직 분위기도 밝아졌다. 또 10시 출근자를 위해 공식 회의도 무조건 10시 이후로 잡는 등 근무 환경이 유연해졌고, 페이퍼 작업이나 불필요한 회의, 야근도 줄어들었다는 전언이다. 회사 관계자는 "조금 더 소프트하고 창의적인 패션 기업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며 "이 사장이 임직원들로부터 많은 얘기를 듣고 고민을 함께 나눠 분위기가 유연해졌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