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완전히 다른 신사업을 찾아…" 기업 '이유있는 외도' 나선다

섬유+엔터… 카메라+전기차… M&A로 신성장엔진 장착 잇달아

■ 기존 사업 벗어나 신사업 찾아 나선 기업들


섬유제조사 가희

루체엔터테인먼트 품고 카메라모듈업체 캠시스

코니자동차 인수 등 눈길

대기업 이어 중견업체들 성장정체 탈출 안간힘

실적 끌어올려 주가 호재


새해 들어 미국·중국 등 글로벌 증시가 하락 곡선을 보이며 침체됨에 따라 2008년에 이은 '제2의 금융위기'라는 언급이 나오는 등 우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비관론자로 분류되는 전문가들은 올해 전 세계에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위기론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우울한 시장 상황 속에서 일부 기업들은 신사업 진출이라는 성장동력을 장착하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기존 시장에서의 성장세를 끝낸 기업들이 신사업을 통한 변신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단순히 기존의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인 기업 인수 등을 통해 새 시장 진출을 넘보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중국발 경기 둔화와 글로벌 저성장 등으로 시작되는 각종 위기와 우려를 신사업 장착으로 뛰어넘으려는 모양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들어 더욱 강하게 감지되고 있어, 2016년 새해에 들어서자마자 굵직한 기업들의 인수와 신사업 진출 발표가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카카오가 로엔을 인수한 데 이어 삼천리자전거가 유모차·카시트 제조업체인 쁘레베베를 인수했다. 이 밖에 카메라업체인 캠시스가 전기차 사업 진출을 선언하는 등 신사업 진출 전략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적은 완전히 새로운 사업으로의 진출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과거 기업들이 추구하던 전략이 유사 사업을 하는 기업을 인수하고 세를 키워 기존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었다면 최근 기업들은 기존 사업분야와의 합작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이나 완전히 별개의 사업 진출을 추구하고 있다.

시장은 이 같은 신사업 진출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시장을 영위하던 기존 사업의 성장성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에서 현재에 만족하기보다는 추가 사업 장착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다는 점에서 일단 높은 점수를 준다는 평가다. 다만 신사업의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데다 실적으로 연결되기까지 험난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신사업 진출 여부만을 보고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꼼꼼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주식시장에서 신사업진출이 새로운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외 경기 부진 등으로 매출과 이익성장이 정체되자,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 기업들이 인수·합병(M&A) 등을 새로운 분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연초부터 M&A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1일 다음카카오는 국내 1위 종합 음악 콘텐츠 사업자인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주식 1,932만주(76.4%)를 1조8,742억원에 사들였다. 카카오는 "모바일 컨텐츠 플랫폼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며 "모바일 플랫폼과 음악 콘텐츠가 결합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증권가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카카오의 로엔 인수는 양사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성빈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경우 로엔과의 협력을 통해 트래픽 증가와 카카오TV, 카카오톡 채널 등 앞으로 진행하는 컨텐츠 사업 내에서 다양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으며 카카오 페이와 같은 결제 사업 등과도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로엔의 경우 국내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카카오톡과의 협력을 통해 현재 60%에서 다소 정체된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기대감의 반영으로 로엔의 주가는 인수 발표 당일인 지난 11일 5.47%(4,300원)나 상승했으며 카카오도 인수 발표 후인 지난 12일 1.48%(1,700원) 오른 데 이어 이튿날에도 2.92%(3,400원) 상승했다.

섬유 제조업체인 가희는 지난 12일 "루체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인수검토 및 전략적 사업 파트너쉽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공시하며 엔터 업계 진출을 알렸다. 또 통신장비제조업체인 제이앤유글로벌은 "사업영역을 확대하겠다"며 개그맨 20여명들이 소속된 기획사인 코콤앤티(쇼타임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국내 1위 자전거 판매업체인 삼천리자전거는 유모차·카시트 제조업체인 쁘레베베를 인수하며 유아용품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증권가는 쁘레베베가 삼천리자전거의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성 흥국증권 연구원은 "쁘레베베는 유모차 판매 1위 업체임에도 매출의 80% 이상이 '베이비 페어'에서 발생하는 등 일반 유통망 판매가 미진했는데 전국 1,200개 이상의 대리점 등을 소유한 삼천리자전거의 광범위한 유통망을 이용한다면 유모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카시트의 경우 현재 34%에 달하는 국내 장착률이 안전의식 변화 등으로 인해 향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중국 등 12개국에 제품을 판매 중인 쁘레베베를 통해 삼천리자전거의 유아용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쁘레베베는 삼천리자전거의 실적 업그레이드의 촉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진 후 삼천리자전거의 주가는 지난 6일 3.88%(650원) 오른 데 이어 12일에도 10.29%(1,750원) 오르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사업 진출도 눈에 띈다. 카메라 모듈업체인 캠시스는 국내 전기차 제조업체인 코니자동차의 지분을 취득한 데 이어 올해 중국 장시성 난창에 생산공장을 짓고 연말에 소형 픽업트럭 양산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 12일 캠시스의 주가는 30%(645원)나 상승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신사업 진출은 주가뿐 아니라 인수·피인수 기업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있어 주요 역할을 한다. 음향기기 제조업체인 아이리버는 2008년 이후 줄곧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2014년 SK텔레콤에 인수된 뒤 그 해에 매출 532억원, 영업이익 15억원을 기록하며 6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LG상사의 경우 지난해 3·4분기 영업이익 299억원중 지난해 초 인수한 범한판토스로부터의 영업이익이 211억원을 차지하며 간신히 흑자 방어에 성공했다.



"인수 무산 우려 실적 달성까지 험난… 지나친 기대감 앞서 꼼꼼한 분석 필요"

신사업 진출 기업 투자 어떻게

김연하 기자 yeona@sed.co.kr

시장은 대체로 기업의 신사업 진출을 긍정적으로 인식한다. 주가도 이 같은 투자자들의 기대감에 반응해 빠르게 상승한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사업이 실제 실적으로 연결되기까지 시장이 예상한 것보다 오랜 기간이 걸릴 수도 있는데다 새 사업이 실패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수를 추진하던 도중 무산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따라서 신사업 진출 효과로 인한 주가 상승이 '반짝 상승'에 그칠 수도 있는 만큼 자신이 투자할 수 있는 기간과 신사업의 성공 가능성, 인수 확정 여부 등을 꼼꼼히 살핀 뒤 투자에 나서야 한다.

신사업으로 인해 오랫동안 적자를 경험한 대표적인 기업은 한화케미칼이다. 지난 2010년과 2012년 중국과 독일의 태양광업체를 인수하며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 한화케미칼은 흑자를 내기까지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고 긴 시간 견뎌야 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한화케미칼이 태양광 부문으로부터 낸 적자 규모는 2,530억원에 달했다. 2013년에도 1,04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4년 1·4분기와 2·4분기에 각각 241억원과 14억원의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지만 3·4분기와 4·4분기에 각각 2억원, 167억원의 적자를 냈고, 지난해 1·4분기에도 341억원의 적자를 내며 다시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태양광 사업이 현재 한화케미칼의 구세주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3·4분기 이 부문에서 550억원의 흑자를 내면서부터다. 신사업진출 부터 결실을 얻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인수가 협상 도중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 터치패널 제조업체인 이엘케이가 지난 8월 에스맥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한 지분인수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하자 다음날 주가는 상한가인 29.98%(940원)나 오르며 4,075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튿날 주가는 3,000원대로 내려왔고 두 달 뒤 이 계약의 해제 소식이 알려진 후에는 7.12%(260원)나 떨어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업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추가 성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신사업 진출이나 기업 인수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누구도 그 사업의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신사업·인수=성공'이라는 생각에 무작정 투자에 뛰어드는 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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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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