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금융상품만 팔아서는 고객의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대신증권이 지난해 증권사로는 이례적으로 '달러 자산에 투자하라'는 중장기 하우스 뷰를 내놓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올해도 고객에게 일관된 투자 논리와 뷰를 제시하고, 평생을 함께 하는 금융 헬스 파트너가 되는 것이 핵심 경영 목표입니다." 나재철(56·사진) 대신증권 사장은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업이익을 얼마 올리겠다는 것 보다 더욱 중요한 가치는 고객이 우리 회사를 믿고 돈을 맡길 수 있도록 신뢰를 쌓는 일"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달러 자산에 투자하라'는 하우스 뷰를 내세워 증권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지난해 초 2,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대신증권의 달러 자산은 6개월 만에 1억 달러를 돌파했다.
변동성이 큰 글로벌 금융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부담이 따를 수도 있는 결정이었지만 나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단기적인 전망이 아니라 고객 자산의 보호·관리를 위해 최소 2~3년 이상을 내다보고 내린 결정이었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우리 조언을 믿고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달러 자산 비중을 늘린 고객은 원화로 투자한 고객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자산 보전 효과를 거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올해도 변함없이 달러 자산 투자를 강조할 방침이다. 새해 하우스 뷰는 '달러자산, 그 가치는 커진다'로 정했다. 나 대표는 "지난해는 특판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 달러 주가연계증권(ELS), 글로벌 스트래티지 멀티에셋 펀드 등의 상품을 내놓았다"며 "올해는 주식형 펀드 라인업을 강화하고 다양한 일임형 랩 상품을 개발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달러 투자 상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자산관리(WM)부문에서는 금융자산이 1억원 이상인 고액자산가에 특화된 서비스를 새로 선보인다. 대신증권은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금융주치의 MBA과정을 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나 대표는 "WM부문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157명의 금융주치의 가운데 역량심사를 거쳐 45명의 최정예 직원들을 골라냈다"며 "초고액 자산가들에게 기존 자산관리부터 세무·상속·연금 등 전문 분야를 아우르는 대신증권만의 토탈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올해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고객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나 대표는 "정보통신기술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구축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개별 투자자의 투자 성향에 맞춘 자산관리 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나 대표는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대신증권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ISA는 의무가입 기간이 5년이지만 20대의 경우 3년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젊은 고객들이 늘어나 미래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나 대표는 "ISA가 도입되면 중소형사뿐만 아니라 은행과도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상품과 정확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국내의 신탁형 및 랩어카운트형 상품 외에도 해외 선진국과 신흥국의 주식,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처에 전략적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상품을 주로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투자은행(IB) 부문은 금융그룹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 창출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나 대표는 "주식이나 채권 발행·인수 영업보다는 고객들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복합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기업의 자회사 기업공개(IPO), 신규사업을 위한 M&A, 재무구조 개선, 블럭딜 등을 한 번에 제공하는 서비스 등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