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국 PC방에 악성코드 심어 사기도박 '사이버 타짜들'

업데이트로 위장 악성코드 유포

PC 47만대 감염 사상 최대 규모

도박사이트 이용자 패 보며

판돈 싹쓸이 4년간 40억 가로채

전국 PC방의 컴퓨터에 도박게임 참가자들의 패를 볼 수 있는 악성코드를 미리 감염시킨 뒤 사기도박판을 벌여 수십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이 악성코드를 심은 PC방 컴퓨터는 전국적으로 47만대로, 전체의 60%에 달한다. 한마디로 PC방에서 도박게임을 한 네티즌 10명중 6명은 자신의 패를 다 보여주면서 게임을 했다는 게 된다.

17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사기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악성코드 제작자이자 사기도박 총책인 이모(36)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씨의 작업장에서 이른바 '선수'로 불리며 사기도박에 가담한 이모(38)씨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전 총책 양모(35)씨를 수배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2012년 1월부터 2016년 1월 5일까지 도박 사이트 이용자의 패를 실시간 볼 수 있는 악성코드를 제작해 전국 PC방 7,459곳의 컴퓨터 46만 6,430대에 심어 사기도박을 벌인 혐의다. 현재 우리나라 PC방 1만1,000여곳에 설치된 컴퓨터가 77만대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60%에 달하는 규모가 악성코드에 전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9년 7·7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사건 당시 피해를 입은 PC 27만대, 2011년 3·4 디도스 사건 때의 10만대를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씨는 서울 소재 유명 사립대 컴퓨터공학과를 중퇴한 뒤 16년간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이후 정보기술(IT)분야 벤처 사업가였던 양씨와 만나 PC방 컴퓨터를 대상으로 사기 도박판을 벌이기로 계획했다. PC방 컴퓨터는 개인 PC만큼 관리되지 않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들은 우선 PC방 업주들은 전문 업체에 자신의 영업장 컴퓨터 관리를 위탁한다는 점을 악용해 미리 PC방 관리업체를 5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업체가 PC방 컴퓨터를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악성코드를 심었다. 이들이 인수한 관리업체의 시장점율이 높다 보니 악성코드를 심은 PC방 컴퓨터는 순식간에 42만대로 늘어났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다른 관리 업체들에게도 자신들의 악성코드를 정상적인 프로그램인 것처럼 속여 PC방에 설치해 줄 것을 의뢰하고, 설치 대가는 한 개 PC방 당 1만 5,000원을 지급했다. 이 업체를 통해 PC방 컴퓨터 5만여대가 악성코드에 감염된 것으로 분석됐다.

경찰 관계자는 "상대 패를 볼 수 있는 악성코드가 심겨진 PC를 통해 5가지 유형의 온라인 도박을 하게 되면 도저히 이길 수 없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용자가 가지고 있는 패는 일당들이 실시간 다 보고 있는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작으로 일당이 챙긴 수익금은 40억원에 달한다. 대신 피해는 고스란히 아무것도 모른 채 온라인 도박을 해 온 네티즌들이 떠 안았다. 경찰은 공개된 장소의 PC를 노린 신종 악성코드 유포범죄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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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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