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한국 대표기업 4곳 중 1곳 '어닝리세션'… '경기후퇴' 경고등

134개 기업 작년실적 분석

증시 투톱 전자·車서 철강·조선·화학까지

거의 모든 업종서 2개 분기 연속 이익 감소

올 1분기 실적전망도 암울… 증시 타격 클듯



국내 주요 기업 4곳 중 1곳은 2개 분기 연속 이익이 감소하는 '어닝리세션'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 글로벌 소비심리 위축 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구조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내 증시의 투톱인 전자와 자동차를 포함해 철강·조선·화학·유통 등 거의 모든 업종의 대표 종목들이 어닝리세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기업들의 체력마저 고갈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닝리세션은 경기순환사이클 중 생산·투자·고용이 줄고 재고와 실업은 늘면서 기업이윤이 2개 분기 연속 감소하는 경기후퇴 국면을 뜻한다.

17일 서울경제신문이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의뢰해 유가증권시장 내 대형 우량종목들로 구성된 '코스피200' 구성종목들 중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존재하는 134개 기업의 지난해 분기별 실적을 분석한 결과 3·4분기에 이어 4·4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곳은 33곳으로 집계됐다.

전체 조사대상 기업의 25%에 달하는 수치로 사실상 국내 대기업 4분의1이 2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어닝리세션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업종별로도 자동차·전자·철강·조선·화학·유통 등 수출과 내수를 가리지 않고 대다수 업종에서 2개 분기 연속 이익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업종 대장주인 현대차는 지난해 3·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78% 감소한 1조5,039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4·4분기도 전년보다 12% 넘게 줄어든 1조7,481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업계는 늘어난 공장 판매만큼 소매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친데다 환율 역시 불리한 환경이 조성돼 지난해 4·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이익 감소세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양대 타이어업체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4분기부터 4·4분기까지 4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높은 재고부담과 신흥국 판매둔화, 외환 평가손실 등을 반영해 자동차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자동차와 더불어 한국 경제의 쌍두마차인 전자업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3·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감소한 데 이어 4·4분기에는 무려 80%나 급감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SDI도 3·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6.20% 줄어든 데 이어 4·4분기에는 영업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대표 수출업종인 철강·조선·화학업종도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2·4분기부터 영업이익이 3개 분기 연속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고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4개 분기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과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매 분기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성장했고 금호석유화학도 3·4분기에 이어 4·4분기도 영업이익이 뒷걸음쳤다.

유통과 통신 등 내수업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쇼핑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에 따른 소비침체와 외국인 관광객 감소 여파로 지난해 1·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감소세를 이어갔고 신세계도 2·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 통신업계 선두인 SK텔레콤 역시 지난해 2·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올해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 197개 기업의 올 1·4분기 전체 영업이익 전망치는 3개월 전 33조2,420억원에서 현재 31조9,197억원으로 4% 가까이 줄어들며 기대치가 빠르게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2개 분기 연속 이익이 감소하는 어닝리세션을 기록한 33개 기업 중 30%에 달하는 10개 기업의 경우 올 1·4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됐다. 대우조선해양 등 철강·조선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그동안 한국 경제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용했던 기업 실적 증가세마저 한풀 꺾일 경우 주식시장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국내 기업들이 지금은 글로벌 수요 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에도 꾸준히 이익이 늘어나는 '불황형 흑자'라도 보여주고 있지만 환율과 유가 등 비우호적인 대외환경으로 경기가 본격적으로 꺾이기 시작하면 기업 이익도 급감할 수 있다"며 "이익 감소세가 전체 기업으로 확산되면 증시의 바닥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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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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