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베네수엘라 '경제 비상사태' 선포

마두로 정부, 의회 동의 없이 60일간 세금·외환 등 통제 강화

극심한 재정난 등에 초강수

정권교체 궁지 몰린 마두로

국면전환용 포석 분석도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등 극심한 경제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결국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재정수입의 90% 이상을 원유 수출로 충당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저유가 장기화에 따른 경제위기와 여야 격돌에 따른 극심한 정치혼란으로 정국불안이 극에 달한 상태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는 국가경제의 파탄을 막겠다며 한시적으로 경제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경제 비상사태 선포가 대중의 지지를 등에 업은 야권의 공세로 궁지에 몰린 마두로 대통령의 국면전환용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의회 국정연설에서 향후 60일간 국가경제 비상사태 돌입을 전격 선포했다. 이에 따라 마두로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발동해 의회의 동의 없이 세금·외환거래 등에 대해 비상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들이 시행될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세금을 올리고 복지 예산과 식료품 수입을 조절하는 한편 기업활동과 통화거래 등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경제 비상사태라는 초강수 조치를 들고 나온 데는 연일 이어지는 국제유가 폭락 탓이 크다. 국제유가가 2014년 하반기 대비 4분의1토막으로 곤두박질치면서 국가재정의 95%를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의 재정수입은 지난 18개월간 60%가량 감소했다. 재정이 악화하면서 국민들에 대한 복지혜택과 각종 지원은 대폭 줄었고 통화가치 하락과 공급부족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주요 생필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141.5%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1%를 나타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도 베네수엘라 성장률이 -7%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통화인 볼리바르화 가치도 지난 1년간 달러화 대비 7분의1로 급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의 경제 비상사태 선포에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은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야당인 국민연합회의(MUD)에 다수당의 지위를 뺏기며 정국의 주도권을 상실한 것은 물론 정권교체 위협에 직면한 상태다. MUD는 지난해 12월 선거에서 전체 의석 수 167석 가운데 112석을 차지해 개헌을 추진하거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의석 수 3분의2 지위를 확보했으며 이를 토대로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대법원이 부정선거 혐의에 휘말린 야당 의원 3명이 포함된 현 국회의 모든 결정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놓고 야당이 이에 불복하면서 베네수엘라는 여야는 물론 입법·사법부가 정면 충돌하는 초유의 국정혼란 사태를 맞고 있다. 앞서 베네수엘라 법원은 새 국회 회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의원 3명에 대한 입법활동을 정지시켰다. 현지 언론들은 야권 연합 소속으로 당선 무효 소송이 제기된 의원 3명이 사태가 해결되기까지 등원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MUD는 의석 수 3분의2 지위를 상실하게 됐으나 MUD의 소속인 헨리 라모스 알룹 의회 의장은 "마두로 정권을 내쫓을 방법은 많다"며 정권교체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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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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