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이란 제재 해제] 이란 원유 하루 100만 배럴 더 쏟아져… 바닥 모를 유가 어디까지

조기해제에 유가 금융위기 이후 주간 최대폭 하락

이란 산유량 늘리고 6000만배럴 재고까지 풀어

일부선 "10달러대로는 버티기 어려워… 반등할 것"



서방의 경제제제 해제로 이란의 국제원유시장 복귀가 임박하면서 국제유가가 바닥 모를 추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경기둔화, 미국의 셰일혁명 등으로 가뜩이나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마당에 앞으로 1년 내 하루 100만배럴의 이란산 석유가 추가로 쏟아질 경우 유가가 10달러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5.7% 급락한 배럴당 29.42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03년 11월 이후 12년여 만에 최저치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도 6.3% 폭락한 28.9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역시 2004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WTI와 브렌트유는 지난주에만 각각 14%, 11.3% 하락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간 기준으로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중국 경기둔화, 미국의 소비지표 부진에다 예상보다 최소한 2~4개월 빠른 서방의 이란 제재 해제에 투자가들이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16일 메흐다 알살리 석유수출국기구(OPEC) 이란 대표는 "제재가 해제되면 곧바로 산유량을 하루 50만배럴 늘리고 1년 내 50만배럴을 더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원유시장에 공급 과잉 물량이 하루 150만배럴에 달하는 마당에 100만배럴이 더 생산된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유럽·아시아·러시아·남미 등의 정제시설을 이용할 경우 곧바로 수출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란은 제재가 풀리자마자 최대 6,000만배럴로 추정되는 재고물량까지 시장에 풀 방침이다. CNBC는 "이란의 시장 복귀 시기가 너무 나쁘다"며 "국제유가의 바닥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유가가 조만간 배럴당 20달러 중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OPEC의 감산만이 해법이지만 외교관계까지 단절할 정도로 갈등을 빚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생산량 목표치를 합의하기가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제난에 시달리는 러시아도 증산을 거듭하며 석유전쟁 치킨게임이 가속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올 들어 모건스탠리·씨티·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월가 투자은행들은 국제유가가 2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각각 배럴당 10달러, 16달러로 제시하며 유가가 아시아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달러대로 추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RBC캐피털마켓의 마이클 트란 원자재전략가는 "중국 수요 둔화 등으로 시장 분위기가 취약한 가운데 이란 제재 해제로 패닉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조만간 이란 쇼크를 딛고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유가 수준에서도 미 셰일 업체의 생산 감소가 불가피하고 사우디 등 중동 산유국도 10달러대는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메르츠방크는 "배럴당 25달러로 떨어지겠지만 그 이하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올해 말 브렌트유가 전망을 50달러로 제시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도 대규모 생산 감소에 힘입어 유가가 올해 말까지 45달러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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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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