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명확한 해고기준' 만든 유럽 노동개혁 보라

유럽 주요국들이 국가적 사활을 걸고 해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보고서에서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해고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해고비용 및 절차를 간소화하는 개혁을 단행해 경쟁력을 끌어올렸다고 진단했다.

'복지천국'으로 불리던 유럽 국가들이 노동시장에 메스를 댄 것은 경직된 인력운영에 따른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치열한 경제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이 해고사유에 '3분기 연속 전년 대비 매출감소'라는 규정을 명문화한 것이나 네덜란드가 해고수당의 상한선을 낮춰 기업 부담을 줄여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탈리아는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와도 복직시키지 않아도 된다며 관련법까지 뜯어고쳤다. 고용 유연성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실업자들이 넘쳐나고 생산성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뒤늦게 깨달은 셈이다.

반면 우리는 고용에 대한 법률적 요건이 엄격해지고 노동개혁 자체도 뒷걸음질치는 형국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라는 애매한 조항만 고집하고 있어 툭하면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법정으로 몰려가게 한다. 정부의 '일반해고' 지침도 면피성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산업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 오죽하면 노사정위 공익위원도 "정부 지침을 따르면 기업들이 제대로 해고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걱정하겠는가.

이런데도 한국노총은 기득권에 매달려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선언할 예정이다. 소신 없는 정부가 노동계에 끌려다니며 양보만 거듭하다 이런 한심한 지경에 내몰린 것이다. 유럽 각국도 노조와 야당의 반발에 직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노동개혁의 성패에 국가경제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시점이다. 우리 정부도 중심을 잡고 개혁작업을 밀어붙여 성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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