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힐러리의 '오바마 적통' 카드 먹힐까…일단 토론에선 판정패

‘힐러리에게 오바마 카드는 약일까, 독일까.’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선 경선 첫 관문인 내달 1일(현지시간) 아이오와 주 코커스를 앞두고 ‘오바마 적통 카드’를 꺼내 들어 경선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힐러리 전 장관은 18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에서 열린 4차 TV토론에서 작심한 듯 자신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적통’임을 내세우면서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을 거세게 몰아세웠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샌더스 의원의 ‘돌풍’을 잠재우고자 민주당 전통 기반인 이른바 ‘집토끼’, 특히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힐러리 전 장관의 “샌더스 의원이 과거 (총기규제 강화에 관한) ‘브래디법’에 5차례나 반대했다”, “오바마케어를 강화하고 향상시켜야 한다. 그것을 파기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은 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1930년대 이후 가장 강력한 금융규제 장치인 ‘도드-프랭크법’을 지키고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 개혁을 위해 취한 조치들을 사수할 것”이라는 일련의 발언은 모두 ‘오바마 표심’을 겨냥한 것이다. 힐러리 전 장관은 아예 노골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이 나라를 경기침체에서 구하고 있는데도 샌더스 의원은 그를 약하다고 하고 실망스럽다고 한다. 심지어 2011년 프라이머리 때는 오바마 대통령에 맞설 누군가를 모색했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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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은 “힐러리 전 장관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샌더스 의원의 ‘불충’ 문제를 제기했다”고 지적했고, 일간 워싱턴타임스는 “힐러리 전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후계자를 자처했고 샌더스 의원은 혁명을 촉구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4차 TV토론을 지켜본 주류 언론과 정치분석가들은 힐러리 전 장관보다는 샌더스 의원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샌더스 의원을 ‘승자’, 힐러리 전 장관은 ‘패자’로 분류했다. WP는 “힐러리 전 장관이 언제나처럼 견고했고 주요 현안에 대해 폭넓고 깊은 지식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부는 샌더스 의원의 돌풍을 저지할 어떤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확실하기 이겼다고 할 수 있는 총기 문제 말고 다른 사안에 있어서는 샌더스 의원을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주의자’로 몰아세우지도 못했고 자신이 민주당의 우선적 가치를 위해 싸워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심어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전략가인 크리스 코피니스 역시 트위터에서 자신이 관여한 사우스캐롤라이나 부동층 유권자 모임 소속 30명 가운데 27명이 샌더스 의원을 승자로 꼽았다고 전했다. 일단 드러난 평가만으로 볼 때 힐러리 전 장관의 오바마 마케팅이 먹히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역대 임기 말의 ‘레임덕 대통령’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외의 화려한 업적을 바탕으로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힐러리 전 장관이 내세운 오바마 카드가 최소한 당내 경선 판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주목된다. 오바마 카드의 첫 시험대는 코앞으로 다가온 아이오와 코커스가 될 전망이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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