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중국發 위기, 세계경제 곳곳으로 무차별 확산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했던 중국이 이제 다른 나라들까지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연간 140% 이상의 인플레이션과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가 지난 15일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18일에는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실업률이 10%가 넘는 자국 경제가 ‘비상 상황’이라고 선언했다. 또 미국은 금리 인상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일본 경제도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 중국 부진, 세계 경제 성장률 끌어내려


중국의 성장 둔화는 글로벌 경제 성장률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세계은행은 올해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2.9%로 최근에 낮췄는데, 이는 중국 경제의 부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6월 중국 경제가 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를 6.7%로 낮췄다. 과거 두자릿수 성장세를 자랑했던 중국은 이제 국내총생산(GDP)이 미국 다음으로 많은 경제 대국으로 커졌지만 고속 성장은 멈췄다. 막대한 부채를 바탕으로 한 중국의 투자 중심 성장 모델은 한계를 맞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이 올해 6.3%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낮은 5%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전 세계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지난 7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중국이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는 과정에서 위안화를 절하시킨 일이 전 세계의 문제로 전이되고 있다며 현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2008년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새해부터 중국의 위협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증시다. 중국의 주가 폭락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한층 높아졌다.

◇ 미국 금리 인상 시나리오 차질


당장 중국의 위기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중국발 주가 쇼크와 유가 급락이라는 악재를 만나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9년 만의 금리 인상 이후 올해 4차례의 추가 인상이 예상됐다. 하지만 중국의 주식 시장이 붕괴하고 국제유가는 12년 만에 최저로 추락하자 연준은 코너에 몰려 시나리오를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연준은 지난 8월 위안화 환율 대혼란으로 세계 경제가 심각하게 흔들리자 시장 예상과 달리 9월에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연준은 글로벌 시장의 안정성을 우려하고 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글로벌 성장이 현저하게 둔화됐다는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엄격한 테스트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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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경제국인 미국은 중국과의 직접적인 교역이 많지 않지만 중국 때문에 미국 산업계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이나 다른 신흥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물량은 적다. 하지만 많은 미국 기업들이 최근 중국 성장둔화의 영향으로 이들 나라에서 매출이 대폭 줄었다고 도이체방크의 올레그 멜렌티예프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말했다.

◇ 유로존·일본 수출 차질 걱정

중국 경제의 둔화는 수출 감소와 자본 유출, 환율 급변동 등으로 유로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성장 둔화로 유럽은 기계류와 운송장비 등의 수출에 특히 타격을 입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1% 포인트 감소하면 유로존 GDP에는 2∼3년간 0.1∼0.15% 영향을 미친다고 지난해 보고서에서 분석했다. 특히 중국의 자본 유출도 유로존이 걱정하는 문제다. 중국의 자본 유출로 위안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 다른 나라들도 경쟁적인 통화 절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역시 공장 장비 제조업체와 전자부품업체 등이 중국에서 매출 급감을 겪고 있다. 또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몇 년간 급증했지만 앞으로는 관광객 수나 이들이 쓰고 가는 돈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은 저물가가 큰 걱정거리인 미국과 유로존, 일본 등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 주요 7개국(G7)의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1932년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모두 2% 아래에 그칠 전망이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물가 하락을 예상하는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기업은 생산을 줄이게 돼 저성장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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