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규칙을 같이 정하라

<16> 일방적 리더십의 한계

내부 구성원 의견수렴 생략한 독불장군 리더 강압적 지휘

조직화합·발전 가로막아


미국의 한 대학 축구감독이 있었다. 미식축구의 열기는 프로나 대학에서나 똑같이 뜨겁다. 대망의 결승전에 오른 그 축구팀 감독은 선수들을 전원 집합시킨다. "자 이제 결승전이 불과 3주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부터 초강력 훈련에 돌입한다. 결승전 날까지 3금 정책을 지킬 것이다. 첫째, 외박 금지, 둘째, 흡연·음주 금지, 셋째, 훈련불참 금지! 이 중 어느 것 하나 위반한 사람은 절대로 결승전에 출전할 수 없다. 그 어떠한 예외도 없다!" 비장한 각오를 밝힌 감독은 선수들과 혼연일체가 돼서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했다. 그러던 어느 날 결승전을 5일 앞둔 시점에 팀의 에이스 2명이 외박을 했고 결국 훈련에도 불참했다. 게다가 음주까지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 여러분이 그 감독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결승전 시합은 예정대로 열렸다.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양교 학생 동문들의 응원전은 사뭇 진지하고 상대방을 집어삼킬 듯한 기세다. 시합이 시작되자마자 관중석에서 약간의 술렁임이 있다. 예상했던 대로 팀의 에이스가 출전하지 않자 불리한 상황이 연출됐고 경기는 뒤지고 있었다. 마지막 라운드까지 끝내 그 2명의 에이스는 출전하지 않았고 팀은 패배한다.

동문들로부터 항의 전화가 그 대학 총장실에 빗발친다. 그도 그럴 것이 20년 만에 결승에 진출한 상태에서 팀의 에이스가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씩이나 출전하지 않은 데 대해 동문들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총장 똑똑히 들으시오! 이런 식으로 학교 명예에 먹칠을 할거면 다음부터 나는 발전기금을 내 평생 한 푼도 내지 않을 것이요! 나는 이 학교 출신이라는 사실에 프라이드를 느껴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소! 도대체 왜 그 두 명의 에이스는 출전시키지 않은 것이오!" 거센 항의전화에 총장은 말을 더듬는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 진상을 조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원래 대학총장이라는 자리가 하기 힘든 자리인데 오늘 같은 날은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총장은 감독을 총장실로 부른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이오? 왜 그 두 명의 에이스를 출전시키지 않아 이렇게 허망하게 패배했단 말이오?" 감독은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총장은 망연자실한다. 결국 총장은 고민 끝에 감독의 해임을 결정한다. 이어 이사회에서는 결국 그 총장을 패배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임조치한다. 우리는 이 비극적 사태에 무슨 교훈을 얻을 것인가. 패배의 원인을 짚어보자. 두 명의 에이스가 일탈행동을 한 것이 도화선이다. 감독이 엄하게 책임을 물은 것은 자신이 선수들 앞에서 한 공개적 약속 때문이다. 동문들의 항의에 시달리고 분노한 총장은 패배의 책임을 감독에게 묻는다. 이사회는 최종적 책임을 총장에게 묻는다.

무엇이 가장 잘못된 부분인가.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규칙을 선언한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3금 정책이 승리의 핵심비결이라고 본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 처벌조항이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다. 아무리 옳은 정책이라도 위반시의 처벌조항은 적절해야 한다. 리더들은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도취된 나머지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조차도 정당하다고 착각한다. 위반에 대한 처벌을 지나치게 가혹하게 설정한 경우 사람들은 살아남으려는 본능이 작동한다. 그래서 위반했을 때, "너희들 왜 그랬어?"라는 식으로 취조하지 말라! 돌아오는 답변은 전부 거짓말 일색이다. 대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하면 감독과 선수는 다시 한팀이 돼 같이 뛰게 된다. 일방적으로 규칙을 정하고 선언하는 것은 상대를 로봇이나 노예로 보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규칙을 같이 정하라!

규칙을 같이 지켜라!

규칙을 넘어서라!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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