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상향식 늪에 빠져… 갈수록 꼬이는 새누리 공천

金, 靑 입김막으려 추진했지만 강남·TK 내줘 의미 퇴색

최고위원직 안대희 지명·원칙없는 인사 영입 등에 반발도

두 야당 영입경쟁 치열한데… "압승 가능하냐" 회의론 고개

회견 마친 뒤 떠나는 김무성 대표
4·13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잡음이 커지면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자신이 강조한 '상향식 공천제'의 덫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지명한 뒤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의 늪에 빠져 우왕좌왕하고 있다. 두 야당이 치열한 영입경쟁을 벌이며 저만치 달려가는 사이 새누리당은 공천 원칙을 정리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고 있어 새누리당 압승이 가능하냐는 회의론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21일 한 자리 비어 있는 당연직 최고위원직에 서울 마포갑에 출마할 예정인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아울러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문대성 의원(부산 사하갑)을 인천 남동갑에 출마시키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은 이날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입당 인사를 했다. 이 같은 소식이 나오자 해당 지역구의 예비주자들은 "무슨 원칙으로 그렇게 하냐"며 일제히 반발했다. "권력자의 손을 배제하고 공천을 국민에게 100% 돌려드리겠다"는 김무성 대표의 공언과 다를 뿐만 아니라 안 전 대법관의 최고위원 지명은 불공정 경선 소지까지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현재 김 대표는 공천·영입과 관련해 어떤 일을 해도 비판을 받는 처지다. 한쪽에서는 "전략공천이 없다더니 왜 손을 쓰냐"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상향식 원칙 때문에 능력 있는 신진인사가 오지 않는다"고 하는 통에 스텝이 완전히 꼬여버린 모양새다.

김 대표가 당 대표 선거에 임하면서부터 상향식 공천을 주장한 배경은 이번만은 '공천학살'이 없어야 한다는 의지에서 나왔다. 자신이 과거 공천학살을 당했던 쓰라린 경험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청와대의 입김을 막으려는 게 근본 의도"라면서 "'나도 안 할 테니 청와대도 하지 마라'는 선언인데 강남과 대구·경북(TK)을 지키지 못하면서 그 의미가 상실됐다"고 분석했다. 상향식 공천의 의미가 상당 부분 훼손된 가운데서도 김 대표가 명분을 지키려다 보니 잡음이 끊이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명분뿐만이 아니다. TK에 진출한 '진박(眞朴·진실한 친박)'들이 유승민계를 모두 꺾을 경우 이 지역에서는 결과적으로 공천학살이 이뤄진다.

후보들을 전략적으로 배치함에 따라 발생하는 잡음에 대해서도 김 대표가 처음부터 개념을 잘못 잡았다는 지적이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상향식 공천은 자기 책임하에 자율적으로 일할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는 유일한 제도로 매우 훌륭하고, 그 자체로 전략공천과 배치되는 것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처음에 그렇게 구도를 설정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민주주의 선진국처럼 상향식 공천을 원칙으로 하되 일정 비율은 신진인사나 여성 등을 전략공천하기로 했으면 지금과 같은 논란이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상향식 공천이 신진인사 영입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됐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의 일반 주민에게 알려진 신진인사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TV 탤런트 빼고는 없다고 봐도 되는데 그들에게 지역 정서를 잘 아는 기존 예비주자와 경선하라고 하면 부담스럽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비례대표 역시 오디션 방식으로 선발할 방침이어서 참신한 인물의 지원이 오히려 줄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온다.

윤 실장은 "결국 청와대는 TK와 강남에서 공천 주도권을 쥐고 나머지 지역은 김 대표가 상향식 공천 원칙의 명분을 지키는 형태로 이해관계가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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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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