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한국을 '하이킹 허브'로

한국 산, 사계절 매력·접근성 좋아

하이킹 즐기기에 최적 환경 갖춰

인프라 구축 등 관광자원화 나서야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9월께 미국 텍사스로부터 한국에 온 민디씨. 평일에는 영어교사로 일하지만 4개월째 주말마다 거의 빠짐없이 서울 근교 산을 찾는다. 고향이 해발 1,000m 이상의 고원지대지만 한국처럼 당일 다녀올 만한 고만고만한 산들이 없어 한국 산하의 매력에 흠뻑 빠진 듯하다. 영어로 모임을 갖는 스마트폰 앱(meetup)이나 사이트(www.meetup.com)에서는 한국 주재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을 회원으로 주말마다 가는 하이킹 클럽이 이미 부지기수다. CIK(Climbing In Korea)의 경우 회원이 무려 6,100여명. 이 그룹의 주말 하이킹에는 적게는 60명 많게는 100여명의 외국인과 한국인이 참여한다. 오산이나 동두천·안산·안동 등 전국 각지에서 오고 상하이에서도 이 모임에 참여하려고 여행일정을 맞춘 중국인도 있었다.

한국의 산하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매우 매력적이다. 그것도 도시에 붙어 있어 대중교통으로도 접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들이 많다.

북한산은 백운대서 운해위로 떠오르는 해를 보는 게 일품이다. 체력이 되는 사람은 북한산성 종주를 해볼 만하다. 힘에 부치거나 초보여성들이라면 비봉능선이 안성맞춤이다. 가을 단풍은 백운대로 향하는 숨은계곡 코스가 뛰어나다. 수락산과 불암산은 서울 반대편 별내쪽에서 오르면 최고다. 넓게 펴진 바위 위로 올라 아래를 돌아보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어진다. 관악산은 6봉 바위길이 짜릿하다. 도봉산, 사패산, 덕소 예봉산, 양평 유명산, 청계산, 춘천의 삼악산도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당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좀 멀어도 당일코스로 다녀올 수 있는 멋진 산들이 수두룩하다. 설악산의 대청봉과 절경이 몰려 있는 천불동계곡, 덕유산 상고대, 진달래 군락지 대구달성 비슬산, 흘러온 인생이 굽이굽이 보인다는 지리산 천왕봉, 내장산의 단풍, 춘천 닭갈비와 함께하는 삼악산 등등. 전 국토의 70%가 산이라고 하니 어쩌면 당연하다.

사계절이 뚜렷해 계절마다 느끼는 산행의 맛도 다르다. 겨울산을 찾은 동남아·인도·중동 사람들은 처음 보는 눈에 신기해 하며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여름에는 호수나 강에서 드래곤보트·카누 등 보트를 즐길 수 있다. 춘천호에서 즐기는 드래곤보트 경기는 더위를 단숨에 날려버린다. 구례 하동의 섬진강변 1박2일코스 래프팅·바이킹(자전거)·느랭이골 글램핑은 늦여름 추억 쌓기에 안성맞춤이다.

한국은 그야말로 하이킹의 천국이다. 자금성 같은 역사유적이나 그랜드캐니언이나 장자제 같은 거대한 자연환경은 없더라도 머물면서 하이킹을 즐기는 데는 최고다. 요즘 주말에 외국인과 함께하는 하이킹을 즐기다 보니 이게 최고의 관광자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산행에 나섰던 외국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너무 좋다"고 연발한다. 스팩터클한 경치에다 좋은 공기에 체력도 튼튼해지고 무엇보다 사람들과 편안한 마음으로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CIK 클럽의 경우 이미 7쌍이 결혼에 골인했고 연인, 썸 타고 있는 이들이 적지않은 듯하다.

하지만 하이킹 천국이라는 정보는 해외에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등산 안내표지는 한글로만 돼 있고 사찰 안내판에도, 둘레길에도 한글로만 된 곳이 적지 않다. 한국 일시 거주자를 위한 등산장비(등산화·아이젠·스틱)를 빌려주는 곳도 있으면 좋겠다. 운동화로 등산하기에는 위험할 수도 있는데 단기거주로 등산화를 사기도 뭣해 산행을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한국 구석구석을 하이킹 다녀오기에 더 편리하게 만들고 해외에도 제대로 홍보한다면 한국을 찾고 사랑하고 추억으로 기억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질 것이다. 쇼핑만 하고 돌아가는 외국인들에게 남는 이미지와는 천지(天地)차이일 것이다.

한국을 찾은 수행자들은 한국의 공기가 쾌적해 수련하기 좋다고 한다. 동남아나 중국처럼 습하지 않고 황사 지역에서도 비교적 멀다. 지진지대에서도 비교적 멀다. 동북아의 핵심적 위치에 교통도 편리하다. 게다가 하이킹 천국,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가 확산된다면 외국기업, 외자 유치에도 적잖게 기여할 것이다. 한국은 살기 좋고 하이킹하기 천국인 나라다.

오현환 여론독자부장 hh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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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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