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재미있는 말이야기] 20세기 가장 성공한 씨수말 '노던댄서'

노던댄서

20세기 가장 성공한 씨수말이라는 평가를 받는 경주마는 '북쪽의 춤꾼'이라는 이름을 가진 '노던댄서(Northern Dancer)'가 아닐까 합니다. 노던댄서는 1961년 부마 '니아크틱(Nearctic)'과 모마 '나탈마(Natalma)' 사이에서 태어난 갈색의 수말로 몸집이 작아서 '꼬마(runt)'라는 별명까지 있었지만 2년간 통산 18전 14승, 2위 2회, 3위 2회라는 화려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은퇴 후 1965년부터 캐나다 오샤와 목장에서 씨수말 활동을 시작해 노던댄서의 뛰어난 DNA가 전세계로 뻗어 가게 됩니다. 1971~1972년 미국, 1977~1978년과 1983년 영국의 리딩사이어(Leading Sire·자마 획득 상금 1위)를 차지하면서 명문가를 이뤄냈습니다. 그에게서는 다시 영국 3관마인 '니진스키(Nijinsky)' 등 이름 높은 씨수말들이 배출됐습니다. 무작위로 아무 경주마나 검색해도 두 마리 중 하나의 족보, 즉 혈통표에서는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그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마주들에게 노던댄서의 혈통은 안 보고도 선택할 만한 조건이 됐던 것이죠. 현재 대한민국 경마의 리딩사이어에서 1~2위를 다투는 씨수말 '메니피'나 '엑톤파크' 역시 노던댄서의 자손입니다. 현역 시절 경주마로서 보여줬던 실력이 그의 자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을 보면 왜 경마를 '혈통 스포츠'라고 부르는지 쉽게 이해가 갑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수마들의 정자와 난자를 추출해서 인공교배하면 더 빨리, 더 많이 자손을 퍼뜨릴 수 있지 않겠냐고. 하지만 그것은 철저히 혈통서를 가진 말들끼리 자연교배(물론 부마와 모마의 선택은 사람들의 계획에 의한 것이지만)를 통해 생산이 이뤄져야 하는 스포츠인 경마에서 용납이 안 된답니다. 그래서 '교배료'라는 것이 존재하고 유명 씨수말들의 자마가 큰 대회에서 우승을 거듭할수록 교배료가 천정부지로 뛰어 정액 한 방울을 다이아몬드 1캐럿에 비유하게 된 것입니다. 세계 말 산업 선진국들이 씨수말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노던댄서야말로 반세기가 지난 지금, 머나먼 한국 경마계에까지 그 이름을 깊이 새길 만큼 캐나다의 자랑이자 국보급 자원, 그리고 최고의 선수였다고 칭할 만합니다. /김정희(말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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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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