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달 28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 남녀 주연상·조연상 후보 20명은 모두 백인이다. 이에 흑인 영화인들은 아카데미가 백인만의 잔치라고 비난하며 개별적인 시상식 불참 또는 집단 보이콧까지 거론하고 있다. 또 다른 이슈는 뛰어난 연기력에도 아카데미와 지독히 인연이 없었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수 있을지다. 디캐프리오는 최근 열린 골든글로브에서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이번에는 마침내 오스카를 거머쥘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도 있다. 지난 14일 발표된 아카데미 후보 명단에 영화 '유스'에서 소프라노 조수미가 부른 '심플송'이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것. 조수미는 영화 엔딩 장면에 직접 출연해 노래를 불러 영화의 여운과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우리 영화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의 문을 몇 차례 두드렸지만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는데 조수미가 한국인 최초로 후보가 됐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한편 이번 아카데미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 후보에 오른 8편의 영화 중 5편이 원작 도서가 있어 눈길을 끈다. 영화 '마션'과 '레버넌트'는 소설이 원작이고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토대로 각색한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영화 '마션'이 인기를 끌자 책도 덩달아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처럼 영화로 제작돼 주목받는 원작 소설 또는 흥행한 영화를 소설로 만든 작품을 '스크린셀러(screenseller)'라고 부른다. 영화를 뜻하는 '스크린(screen)'과 '베스트셀러(bestseller)'를 합친 말이다. 스크린셀러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관객 수 470만명을 넘는 흥행을 기록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송혜교와 강동원이라는 톱스타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두근두근 내 인생'도 영화화되면서 원작 소설이 새롭게 관심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된 경우다. 또 정유정 작가의 베스트셀러 '7년의 밤'은 올해 영화로 제작돼 개봉할 예정이다.
스크린셀러는 이제 일시적 현상이 아닌 하나의 장르로 주목받고 있다. 수백조 원의 경제 효과를 가져온 '해리포터'와 1억5,000만권이 팔리며 극장에서도 크게 성공한 '반지의 제왕'에 이르면 스크린셀러는 거대한 산업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성공한 스크린셀러의 기본은 좋은 스토리를 발굴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콘텐츠 산업의 원천 소재로 이야기 산업을 육성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올해에는 이야기 산업의 체계적 진흥을 위한 '이야기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도 추진될 예정이다. 이야기 산업의 활성화로 세계인의 정서에 부합하는 우리 이야기로 만든 영화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할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