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경쟁사 시트·고급소파 뜯어 연구… EQ900 승차감 벤츠보다 좋죠"

제네시스 '퍼스트 클래스 VIP시트' 개발현장 가보니

남양연구소에 시트컴포트랩 설립… "의학검증 마친 자세제어 시스템

피로도 최소화한 치밀한 설계 등 1㎜ 바꾸기 위해 고민 또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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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완(운전석) 현대자동차 내장설계실장(이사)과 연구원들이 24일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 마련된 '감성평가룸'에서 '제네시스 EQ900'에 탑재된 시트에 앉아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시트는 과학입니다."

지난 22일 찾은 경기도 화성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시트컴포트랩'에서 만난 연구원들은 이 말을 달고 살았다. 시트컴포트랩은 '현대차만의 시트'를 개발하기 위해 설립된 연구소다. 현재 대기 수요만 1만3,000대에 달하는 '제네시스 EQ900'에 탑재된 시트가 시트컴포트랩에서 탄생한 첫 작품이다. 앞으로 출시될 제네시스 브랜드의 모든 시트도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시트컴포트랩에 마련된 품평실에 들어서자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가 각각 세워져 있었다. 연구원들은 수시로 품평실에 들러 경쟁사인 독일 업체에서 만든 시트에 앉아본다. 그 옆에는 수백만원짜리 핀란드 고급소파 여러 개가 분해돼 있다. 품평실은 시트에 앉았을 때 스프링의 움직임과 각도 등 착좌감을 높이기 위해 연구원들이 경쟁사는 물론 세계 유수의 시트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한 시설이다.

우창완 현대차 내장설계실장(이사)은 "과거 일본과 독일 브랜드의 시트를 벤치마킹하는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우리 것을 만들 때라고 생각하고 개발에 임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탄생한 제네시스 EQ900의 시트는 벤츠의 승차감보다 20% 이상 개선됐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제네시스 EQ900의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는 이 차량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세련된 디자인도 한몫하고 있지만 기존 현대차에서 내놓은 차들과 확연히 달라진 시트가 탑재됐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판매를 견인하고 있다.

둔턱이나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고속주행 때 승차감 개선을 위해서는 서스펜션과 타이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시트는 탑승객의 몸으로 전달되는 불편함을 막는 마지막 보루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육축가진기'를 연구소에 도입했다. 얼핏 보기에는 보잘것없는 시트 한 개가 큰 연구실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하로 들어서면 6개의 큰 기둥과 7개의 셰이커(진동기)가 200㎐의 노면 진동을 만들어낸다. 남양연구소의 모든 시험도로의 노면 정보는 물론 국내 고속도로의 정보가 컴퓨터에 저장돼 있어 차를 몰고 실제 도로를 달리지 않아도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 차량 정보도 일일이 입력돼 연구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승차감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시트에서 발생하는 진폭을 얼마나 감쇄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안성철 현대차 차체의장개발팀장은 "이곳의 시설은 미국 업체보다 훨씬 뛰어난 수준이며 시트에서 가장 강점을 보이고 있는 벤츠와 동등한 수준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EQ900의 시트 개발을 위해 감성평가룸을 연구동 내에 신설하는 실험도 단행했다. 기존 시트 개발에는 설계·디자인·평가 등 각 분야가 단계별로 진행됐다. 워낙 많은 인력이 참여하다 보니 자신들의 역할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부서 간 칸막이를 없애고 처음부터 감성평가룸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개발 전 단계에서는 북유럽의 발달한 가구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연구원들이 핀란드 장기 출장을 떠나 데이터를 수집했다. 기존 자동차를 벤치마킹하기보다는 항공기 1등석, 유럽의 편안한 소파 등을 롤모델로 삼았다.

이렇게 모인 아이디어를 통해 스티로폼 목업(mockup·실물크기 모형)을 제작해 시행착오를 줄였다. 우 실장은 "설계에서는 가능한 것들이 디자인과 생산에 들어가면 불가능한 점들이 발견된다"며 "시트 개발을 담당하는 모든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목업을 두고 1㎜를 개선하기 위해 치열한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2년여 개발기간을 거쳐 탄생한 EQ900의 시트는 탑승객의 피로도를 최소화하는 치밀한 설계로 독일척추건강협회(AGR)로부터 공인 받았다. 또 의학적 검증을 거친 '스마트 자세 제어 시스템'도 EQ900의 최고 자랑거리다. EQ900 개발진과 서울대 의대가 힘을 합쳐 편안하고 건강한 착좌 자세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우 실장은 "수많은 인간공학 연구진이 참여해 시트가 요추를 지지해 고객이 장시간 앉아 있어도 피로하지 않도록 돕는다"면서 "앞으로 자율주행 시대가 되면 변화흐름에 맞춰 현대차의 시트는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성=박재원기자 wonderf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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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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