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마케팅의 신'이라고 불렸던 남자…홈플러스 일으켜 세울까?

인물탐구 | 김상현 홈플러스 대표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6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국내 2위 대형마트 업체인 홈플러스가 지난 12월 30일 새 대표이사를 맞았다. 지난해 10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지 2개월 만이다. 새 CEO에는 P&G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총괄사장을 역임한 김상현 대표가 선임됐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지난 12월 초 유통업계에는 홈플러스 관련 소문이 하나 돌았다. 2015년 10월 테스코와 주식양수도 절차를 마무리하고 홈플러스의 새 주인이 된 MBK파트너스가 그로부터 한 달 남짓한 시간 만에 홈플러스의 새 CEO 찾기에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12월 중순 들어서는 홈플러스 CEO 후보군에 오른 구체적인 인사 명단까지 나돌면서 업계의 관심을 고조시켰다. 누가 CEO에 오르느냐에 따라 앞으로 홈플러스가 어떻게 운영될지 대략적인 예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달 30일, 김상현 전 P&G 아세안 총괄사장이 홈플러스의 신임 CEO로 취임하면서 한 달간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홈플러스발 이슈가 막을 내렸다. 홈플러스는 새 CEO를 발표한 30일 오후 팀장급 이상만 소집해 전임 대표 이임식을 열고 속전속결로 대표이사 교체 이벤트를 마무리했다. 사전에 CEO 교체 내용이 너무 많이 노출된 만큼,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잡음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였다.



◆ P&G에서만 30년 경력 쌓아

김상현 홈플러스 신임 대표(54)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졸업 이후 P&G에서만 거의 30년(1986~2015년)을 근무한 ‘P&G 붙박이맨’이었다. 다국적 기업에서 오래 일한 데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며 근무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신상정보를 충분히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김상현 대표는 P&G 소속으로 한국에서도 두 차례 근무한 바 있다. 그는 1989년 한국P&G 설립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1989년부터 1997년까지 8년 동안 한국P&G에서 마케팅 담당 이사를 맡으면서 국내에 P&G 브랜드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한국P&G의 성공적인 정착과 시장 확대에 따른 공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했다. 1997년 일본P&G 기저귀 부문 마케팅 담당 상무와 1999년 P&G 데오드란트(Deodorant·냄새 제거제) 부문 북미 글로벌 전략기획 부문장을 거쳐 2003년에는 한국P&G 대표이사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는 2008년까지 한국P&G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SK-II, 팬틴, 페브리즈 등의 P&G 핵심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고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었으며, 한국P&G가 P&G의 전자상거래와 디지털마케팅을 주도하는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했다. 김상현 대표는 한국P&G에서의 눈부신 실적을 바탕으로 2008년 P&G 아세안 총괄사장에 올랐다.


이후로도 그는 거침이 없었다. P&G 아세안 총괄사장에 오른 그는 수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이던 아세안 시장 실적을 단숨에 반전시켜 주목을 받았다. 그는 P&G 아세안 총괄사장에 오른 지 4년 만에 매출을 두 배로 늘리는 등 신기(神技)에 가까운 경영 능력을 보여줬다. 그가 2015년 P&G 본사 신규시장 부문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P&G 아세안은 거의 매년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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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말한다. “김상현 홈플러스 신임 대표는 P&G의 130여 년 역사상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아시아계 인물이라고 합니다. P&G 글로벌 본사 CEO한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고 해요. 특히 그는 탁월한 마케팅 능력으로 어느 시장에 가든 매번 굉장한 성과를 보여줬다고 합니다.”



◆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조건은 과연?

기업 인수합병 및 투자 시장에서는 마케팅 전문가인 김상현 대표가 홈플러스의 새로운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데 대해 조금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눈치다. 이 시장 관계자들은 12월 하마평에서 김상현 대표가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되는 와중에도 내심 구조조정 전문가가 홈플러스의 새 대표 자리에 오르기를 기대했다. 강력한 체질개선이나 계열사 분리 매각 등을 통해 시장을 흔들고 이슈화시켜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복수의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재매각이 최종 목적인 MBK파트너스의 이해관계나 어떻게든 분위기 반전을 꾀해야 하는 몇몇 관계사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차라리 구조조정 전문가가 전면에 나서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어차피 재매각을 위한 길로 갈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면 말이죠. 사실 마케팅을 통한 방법으로는 성장이든 재매각이든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게 지금 상황이거든요. 할인점 사업의 비즈니스가 빤하잖아요. 김상현 대표라고 해도 대단한 무언가를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일각에서는 ‘김상현 대표가 왜 P&G에서 홈플러스로 이동했을까’라는 의문도 나온다. 사모펀드에 속한 기업 운영의 어려움을 김상현 대표도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30년 동안 ‘P&G바라기’로 살아온 인물이다. 세간에는 그가 이직을 결정한 이유를 두고 ‘MBK파트너스 측에서 거절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조건을 제시했을 것’이라든가 ‘김상현 대표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을 것’이라는 등의 여러 추측성 의견이 분분하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김상현 대표의 앞길이 썩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최근 국내 유통업체들의 부진은 개별 기업의 문제라기보다는 업황 악화에 따른 외부 시장 환경의 문제가 더 큽니다. 김상현 대표로서는 과거 P&G 시절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죠. 자칫하면 김상현 대표가 그동안 쌓아왔던 성공 일변도의 커리어에 흠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이하 박스 기사>

P&G는…
비누, 샴푸, 칫솔, 기저귀 등 다양한 종류의 소비재를 제조·판매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P&G라는 사명은 프록터&갬블(Procter & Gamble)의 약자로, 두 창업자인 윌리엄 프록터 William Procter와 제임스 갬블 James Gamble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미국에 본사가 있다.

김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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