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30대 그룹은 지금] 신세계그룹 편의점 습격사건, 시작은 위풍당당했으나...

<strong>위드미 편의점 1,000호점 돌파

거창한 출발에 부진한 확장세</strong>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연중기획 ‘30대 그룹은 지금’ 2016년 2월호 하위 콘텐츠로 실린 기사입니다.>


▶신세계그룹의 편의점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2014년 7월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호기롭게 출발한 신세계그룹의 편의점 브랜드 ‘위드미(With Me)’는 당초 목표했던 것보다 한참 늦은 지난 2015년 12월에야 1,000호점을 오픈했다. 시장에선 위드미가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그룹 내에서도 분위기가 좀 시들해진 것 같습니다.” 신세계그룹의 편의점 사업 근황을 묻는 말에 신세계그룹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주요 유통업계 관계자들이나 시장 관계자들, 소비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고만고만하다’, ‘존재감이 없다’ 등의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2014년 7월 ‘편의점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떠들썩하게 출정식을 했던 것을 상기하면 의외의 상황이다. 지금이 당시로부터 고작 1년 6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신세계그룹의 편의점 사업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 초기 시장 이슈화는 ‘성공적’

유통산업은 어느 유통채널에서나 규모의 경제가 중요시된다. 규모에 따른 마진 증가 기울기가 다른 산업에 비해 가파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유통기업들이 새로운 채널이나 서비스를 론칭할 때 유독 사전 분위기 조성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기 이슈화에 성공해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규모의 경제를 빨리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2014년 7월 위드미의 첫 사업 설명회를 개최하며 위드미 편의점 브랜드의 이슈화에 성공했다. 위드미 편의점은 로열티와 중도 해지 위약금, 365일·24시간 영업이 없는 ‘3무(無) 상생형 편의점’을 모토로 내세우며 당시 대단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첫 사업 설명회는 대호황을 이뤘고 주요 언론들은 ‘위드미가 편의점시장의 판을 흔들어 놓을 것’이란 전망을 앞다퉈 쏟아냈다.

이후에도 신세계그룹의 위드미 이슈화 전략은 상당 기간 이어졌다. 이 시기 신세계그룹의 이슈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기존 대형 편의점업체들에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과 그룹 차원에서 편의점 사업을 키우려는 의지가 상당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전자는 위드미의 ‘상생 편의점’ 정체성을 부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후자는 시장과 예비 점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성공적인 전략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특히 첫 사업 설명회 때부터 다른 편의점 업체들에 공격 일변도의 자세를 취해 주목을 받았다. 본사 위주의 운영 방식을 지적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존의 편의점들이 사실상 담뱃가게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며 혹평했다. 신세계그룹은 국내 유통산업의 질적인 성장을 주도했던 이마트의 사례를 은연중에 강조하면서 자신들이 편의점 사업에서도 기존 업체들과 차별화 되는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룹 차원의 의지를 강조하는 데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이름까지 동원돼 눈길을 끌었다. ‘정 부회장이 이미 10년 전부터 편의점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었다’는 내용과 함께 “편의점은 유통기업인 신세계그룹에 반드시 필요한 유통채널인만큼 편의점 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그의 발언도 소개됐다. 정 부회장이 오너 경영인인 만큼 그의 발언은 그룹 차원의 의지를 보여주는 데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



◆ 정용진 부회장의 강한 사업 의지

신세계그룹의 편의점 사업 진출은 기대 이상의 초기 이슈화에 성공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세계그룹은 내친김에 사업 첫해에 1,000개 매장을 오픈하겠노라고 공언했다. 이는 메이저 편의점 업체들의 연평균 출점 점포 수보다 많은 규모로 매우 공격적인 목표치였다. 신세계그룹은 위드미 편의점의 확장 방법이 신규 점포를 출점하는 것이 아닌, 기존 편의점 점포들을 흡수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주장했다. 당시는 메이저 편의점 브랜드의 본사와 점주 간 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점이라 신세계그룹의 주장은 아주 허황된 것으로만 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장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14년 말 위드미 점포 수는 500개를 간신히 넘어서는 수준에 그쳤다. 목표치의 절반이었다. 결국 1,000호점 오픈은 2015년 12월에나 이뤄질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지난해 초 신세계 측이 기업설명회 등을 통해 시장에 얘기하기론 1,500호점 오픈이 2015년의 목표라고 했습니다. 한 해 동안 1,000개 점을 새로 열겠다는 거였죠. 사업 초기 5개월 만에 1,000호점을 오픈하겠다고 한 것과 비교하면 눈높이가 많이 낮아진 거였는데, 결과적으로 이마저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위드미는 2년 연속 목표치에 많이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이같이 더딘 출점 행보에 시장에선 대체로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이 편의점시장 신규 사업자이긴 해도 그간 유통업에서 쌓아온 내공이 상당한 만큼 2년 차에는 어느 정도 결과물을 보여줬어야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간 유통업에서 쌓아온 내공이 있기에’라는 주장은 신세계그룹이 2014년 1,000호점 오픈을 자신하며 내세웠던 근거였지만 현재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2015년에는 편의점 빅3인 CU, GS25, 세븐일레븐의 점포 수가 연간 2,500여 개나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 신세계그룹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이지영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지난해 편의점 빅3의 신규 출점 점포 수는 각각 1,000개가 넘었을 겁니다. 데이터에 집계되는 건 폐점포가 빠진 순수하게 늘어난 점포만 의미하는 거거든요. 가령 1,000개 점포를 신규로 출점하고 기존에 있던 200개 점포를 폐점했다고 하면, 이 업체의 전체 점포 수는 800개가 늘어났다고 말하는 식이죠. 그런데 위드미는 편의점 빅3와 구별되는 게 신규사업자이기 때문에 폐점포가 거의 없잖아요. 늘어난 점포 수를 그대로 신규 점포 수라고 생각해도 된다는 말이죠.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지난해 빅3 업체들이 신규 점포 2개 점을 출점할 때 위드미는 절반인 1개 점포밖에 출점하지 못했다는 말이 됩니다.”



◆ 담뱃값 인상에 불똥?

지난해 위드미 출점이 부진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빅플레이어와의 비교에서 크게 밀린 것이나 자체적으로 세운 목표치에 미달한 것을 차치하더라도, 2014·2015년 연간 비교에서도 2015년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2014년 7월에 첫 사업 설명회를 한 것을 고려하면 같은 해 신세계그룹의 위드미 출점 기간은 고작 5개월에 불과했다. 2015년에는 12개월을 통째로 썼으니 2014년과 2015년의 출점 기간 차이는 5대 12가 된다. 하지만 두 기간 모두 출점 점포 수는 500여 개로 동일한 모습을 보였다. 점주들의 입소문을 타고 시간이 지날수록 출점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던 초기 예상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시장에선 시기가 안 좋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말한다. “2014년 사업 설명회 때까지만 해도 시장환경이 굉장히 우호적이었습니다. 메이저 편의점업체들의 본사와 점주 간 갈등이 상당했거든요. 위드미는 상생형 편의점을 모토로 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이들 편의점 업체들의 점포를 많이 흡수할 수 있었습니다. 위드미의 출점 전략이 다른 편의점업체들의 점포를 흡수하는 식으로 확장하겠다는 거였잖아요. 그런데 2015년 1월에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편의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담배 가격이 오르면서 편의점 업황이 굉장히 좋아졌어요. 점포당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기존 점포의 이탈이 확 줄었습니다. 이탈 점포가 많지 않다보니 위드미도 점포 수를 많이 늘리지 못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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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다른 시장 관계자는 덧붙인다. “그룹 내외부의 문제도 영향을 많이 끼쳤을 겁니다. 다른 편의점업체들이 집안 단속에 나서면서 견제를 심하게 했고, 신세계그룹 내에서도 추진력이 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금 시장에선 ‘신세계그룹이 위드미를 키울 의지가 정말 확고하냐’라는 의문도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2년 동안 위드미에 투자한 금액(신세계그룹은 2년 동안 위드미에 230억 원을 출자했다)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이나 지난해 초 발표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비전 2023에 편의점 사업 내용이 보이지 않은 것 등이 의문의 배경입니다. 사업 초기에 보여줬던 ‘밀어붙인다’는 생각이 최근에는 전혀 들지 않습니다.”



◆ 앞으론 출점 속도 낼 수도

위드미 편의점의 향후 출점 전망에 대해선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편이다. 위드미의 점포 수 확대에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위드미로 점포 브랜드를 변경한 점주들이 ‘바꿔보니 위드미가 좋더라’는 입소문을 내고, 이 입소문이 다른 편의점 점포의 추가 이탈을 가속화해 위드미가 이들을 모두 흡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많이 동떨어진 모습을 보인다.

올해 편의점 매장 운영 6년 차를 맞은 한 점주는 말한다. “지난해 다른 편의점 브랜드에서 위드미로 점포를 바꿨습니다. 바꾸고 보니 위드미가 ‘상품 공급형 모델(박스 기사 참조)’에 가까워서인지 확실히 지원이 적더라고요. 제가 편의점 운영 경험이 꽤 되는 데다 입지도 그대로고 단골손님도 많아 위드미로 바꿔도 매출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전체 매출이 빠져버리니까 아무리 계약 조건이 좋아도 체감되는 게 없습니다.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공부도 많이 하고 바꿨는데 괜히 바꿨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위에서도 비슷한 평이 많은 것 같습니다.”

2014년 위드미의 첫 사업 설명회 당시 유통업계 일각에선 위드미가 지나치게 점주들의 편익만 고려한 모델이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었다. 최근에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되는 분위기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위드미가 다른 메이저 브랜드 편의점보다 편의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주 5회 이상 편의점을 이용한다는 20대 여성 프리랜서 윤 모 씨는 말한다. “상호가 유명하지 않은 집 근처 편의점이 지난해 초 위드미로 브랜드를 바꾸었는데 뭐가 좋아졌는지 모르겠어요. 매장 조도(照度)가 좀 밝아진 것을 제외하면 칙칙한 분위기도 그대로인데다가 배송이나 우편 접수는 여전히 안 되더라고요. 1+1(특정 상품을 사면 동일한 상품을 한 개 더 줌), 2+1 마케팅은 좀 늘어난 것 같은데, 본사에서 물량을 적게 주는 건지 아니면 주인이 물량을 안 내놓는 건지 이들 상품은 품절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느 경우든 문제 아닌가요? 본사가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거나 개별 점포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는 뜻이니까요. 메이저 편의점 브랜드 점포에선 한 번도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었는데, 유독 위드미에서만 종종 겪습니다.”

올해나 내년엔 상황이 반전될 수도 있을 것이란 낙관적인 의견도 있다. 이지영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지난해에 메이저 편의점업체들의 출점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올해나 내년 쯤에는 또다시 점주들의 불만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점포가 늘어난 만큼 경쟁이 심해져 기존 점포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위드미가 그들의 대안으로 새로 주목받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겁니다. 상황이 우호적으로 바뀌는 거죠. 지난해 담뱃값 인상 이슈가 위드미 출점에 큰 악재로 작용했던 만큼, 2015년만 보고 위드미의 성공 여부를 점치기엔 이른 감이 있습니다.”

<이하 박스 기사>

◇ 위드미는 14년차 편의점?


‘위드미’ 편의점 브랜드는 2003년 상호 등록을 했다. 하지만 CU나 GS25처럼 프랜차이즈 모델이 아닌 상품 공급형 모델이었기 때문에 크게 성장하지는 못했다. 위드미는 2014년 1월 신세계그룹에 인수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신세계그룹에 인수되기 전 위드미 점포는 고작 89개였다. 위드미는 2011년 100호점까지 출점했지만, 이후 더는 확장하지 못하고 침체기에 빠져 있다가 결국 신세계그룹에 인수되고 말았다. 시장에서는 위드미를 신규 편의점 브랜드로 분류하고 있다. 이름만 같을 뿐 신세계그룹에 인수되기 이전과 이후의 위드미는 완전히 다른 브랜드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 상품 공급형 vs 프랜차이즈형

편의점 사업 모델은 크게 상품 공급형과 프랜차이즈형으로 나뉜다. 상품 공급형 모델은 상호 공유 및 상품 공급까지만 지원한다. 이에 비해 프랜차이즈 모델은 소매점 전체 매출의 일정 부분을 본사와 점주가 나누는 대신 본사가 서비스, 마케팅 등 전방위적인 사업 지원을 한다. 자영업자들은 소매점 운영 노하우가 부족해 이를 보완할 목적으로 프랜차이즈 모델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프랜차이즈 모델을 내세웠던 편의점업체들과 상품 공급형 모델을 내세웠던 편의점업체들의 명암이 갈린 이유다. 위드미는 상품공급형 모델에 더 가깝다고 평가된다.

◇ 첫 사업 설명회가 늦었던 이유

신세계그룹은 2014년 1월 위드미 인수 후에도 본격적인 편의점 사업 진출 시기를 두고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편의점 사업 계획을 세우기가 좀처럼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2014년 상반기를 대표하는 사회 이슈 키워드가 ‘골목상권 보호’였기에 이 시기 유통공룡인 신세계가 편의점 사업 진출을 선언하는 것은 여러모로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같은 해 치러진 6.4지방선거에서도 대부분의 선거 후보자들이 주요 공약으로 골목상권 보호를 꺼내 들면서 신세계그룹의 편의점 사업 진출은 2014년 하반기로 넘어가게 됐다.

김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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