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자동차 디자인, 기업 살리거나 죽일 수 있어"

재규어 디자인 총괄 이언 칼럼 '뉴 XJ' 출시 행사서 디자인 중요성 강조

디자인, 엔지니어-고객 연결고리

전통의 가치 살린 재해석에서 재규어만의 차별적 매력 나와

기술·시대 변화도 반영해야

이안칼럼 사진1

"자동차 디자인은 기업을 살릴 수도 있고 망하게 할 수도 있는 요소입니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언 칼럼(사진) 재규어 디자인 총괄은 2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럭셔리 대형 세단 '뉴 XJ'의 국내 출시 행사에서 자동차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동차 디자인은 엔지니어와 고객이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요소"라며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규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를 만드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영국 특유의 고급스럽고 우아하며 기품 있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평가받는다. 이로 인해 디자이너의 역할이 다른 브랜드보다 더욱 강조되는 편이다. 칼럼은 재규어 디자인의 힘은 전통의 가치를 살리며 재해석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전통 때문에 디자인에 어려움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통에 맞추는 것이 더 쉽기도 하고 어려울 때도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전통을 그대로 베낄(copy) 것이 아니라 전통이 갖고 있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 가치를 재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규어를 상징하는 동그란 4개의 헤드램프를 버리고 전면부 디자인이 경쟁 업체들처럼 패밀리룩으로 바뀐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칼럼은 "지난 1961년 재규어에서 '마크10' 모델이 출시됐을 때 처음으로 4개의 동그란 헤드램프를 달았는데 당시 아버지의 친구가 이것은 재규어가 아니라며 재규어의 전통을 깼고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며 "4개의 헤드라이트 역시 당시 시대의 발전에 대한 부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 진보했다면 바뀐 디자인으로 앞선 기술력을 보여주려 노력해야 한다"며 "재규어 역시 이런 작업을 통해 전통을 재해석하고 있고 여기에서 경쟁 모델과 차별적인 매력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디자인은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것뿐 아니라 비용, 엔지니어링 요소, 브랜드 스토리, 법규 등 다양한 속성을 생각해야 한다"며 "디자인은 혼돈에서 질서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소재로는 '예술·음악·건축·사진 등 모든 것'을 꼽았다. 그는 "영감을 받았다고 해 그것을 카피할 것이 아니라 '이 작품이 왜 좋을까'를 생각해보고 드라마틱한 속성이나 흥미를 유발한 부분의 느낌을 포착해 영감으로 활용한다"고 강조했다.

14세 때 직접 디자인한 자동차 스케치를 재규어에 보냈을 만큼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기를 염원한 칼럼은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그림이 아닌 수학을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수학이나 엔지니어링 같은 기계적·수치적 측면과 디자인 같은 예술적 측면을 균형 있게 똑같이 집중해 먼저 공부해야 한다"며 "이후 자동차디자인학교에 가든지 산업디자인을 전공해 배워야 균형 있는 사고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칼럼은 영국왕립예술학교(RCA)에서 동문수학한 사이이자 1년 선배인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수장'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총괄 사장의 '신형 K7'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나는 아무리 디자인이 좋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작품에는 코멘트를 달지 않는다"며 "다만 피터를 굉장히 존경하며 하는 일이 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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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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