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 <13> 복지혜택보다 중요한 것

성장하면 더 좋아질 거란 믿음

생존 앞에서 '무료커피' 제공 중요치 않아

임직원과의 약속 실천… 신뢰 먼저 쌓아야

조성주 KAIST 경영대학 교수

회사에 수영장이 마련돼 있어 수영하는 시간도 근무시간에 넣어준다는 회사. 사내에 커피점이 있어 전문 바리스타가 언제나 맛있는 커피를 제공한다는 회사, 전문 안마사가 직원들의 피로를 풀어준다는 회사, 충분한 유급휴가와 휴가비를 지원해주는 회사. 얼마 전에는 연말 파티에 연예인들을 대거 초대해 직원들의 노고를 풀어줬다는 회사도 있었다.

"이런 곳에서 일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우리 회사도 빨리 이렇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가 않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성장이 최우선 과제이며 당장 생존을 걱정하며 하루하루 분투하고 있을 것이다. 설령 투자를 받았다 하더라도 투자금을 직원 복지에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감한 복지를 제공하는 회사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그들이 창업 초기부터 그런 복지 혜택을 제공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비즈니스 모델이 검증되고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구글도 첫 번째 사무실은 변두리에 있는 가정집 1층 방 두 칸과 차고를 빌려 시작했다. 복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월화수목금금금'이었다.

지금 스타트업에 필요한 것은 복지 혜택이 아니다. 어차피 회사의 앞날이 불확실한데 오늘 즐기는 무료 커피, 무료 마사지, 유급휴가 같은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중요한 것은 우리 회사가 성장할 것이고 성장과 더불어 즐거운 일터를 만들 것이라는 믿음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앞으로 우리 회사는 수익이 생기면 이러이러한 일을 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고 해 전 구성원이 믿고 따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 그렇게 할 것인지 신뢰가 있어야 한다.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첫째, 말한 내용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늘 신경 쓰고 있어야 한다. 자주 이용하는 다이어리에 적어놓는 것도 좋다. 그리고 내용은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행동이 따라야 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약속이 지켜지는 모습이 신뢰의 첫 단추다.

셋째, 이러한 행동이 누적돼야 한다. 약속을 한두 번 지키는 것보다 열 번, 열한 번 반복해 지킬 때 신뢰성이 높아진다. 지켜지는 약속의 숫자가 많아지는 것도 해당할 것이다.

결국 신뢰를 쌓는다는 것은 '말과 행동의 일관성 있는 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 대표는 누구나 좋은 회사를 만들기 원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결국 회사의 성장과 더불어 나누는 회사가 될 것이라는 신뢰를 줘야 한다.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되지 않는다. 작은 약속 하나부터 지켜나가는 것이 지금 당장의 무료 커피, 무료 마사지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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