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세빛섬에 황금날개… 혼돈의 시대 속 희망 담았죠

■ 김홍년 12년만의 개인전

한강에 날갯짓하는 거대한 나비 설치

인간군상·환경파괴 풍자 신작도 선봬

김홍년-Moving Wings 08-Diary
김홍년 '무빙 윙즈 08-다이어리' /사진제공=ANC미디어
김홍년-인물사진

한강 세빛섬에 거대한 황금날개가 웅비한다. 세빛섬의 양 축을 이루는 두 건물 사이에 자리잡을 이 거대한 황금빛 나비모양의 그물망은 폭 24m에 길이 21m, 높이 15.2m의 설치작품으로 작가 김홍년(57·사진)의 신작이다. 다음 달 2월 12일부터 3월 2일까지 한강 세빛섬과 솔빛섬 전시관에서 이 작품을 포함한 김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가빛섬·채빛섬·솔빛섬의 3개 섬으로 구성된 세빛섬에서 국내 미술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혼돈의 시대이자 많은 분들이 고독과 절망을 호소하는 시대입니다. 따스한 마음으로 한 줌 희망을 부여잡고 우리가 모두 더불어 살고, 서로 인정하며, 발전적으로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해 갈 수 있다면 하는 바람에서 '희망'을 상징하는 날개를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작품 제목은 '날다 날다 날다 201603-다이어리'. 작가는 "FRP 소재로 만든 황금빛 그물망은 심해 조업용 그물과 비슷한 구조로 튼튼한데, 이것을 가장자리에 와이어를 넣어 양쪽 건물에서 로프로 고정해 설치할 예정"이라며 "바람이 불면 거대한 노란나비가 날갯짓하듯 일렁이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바람 때문에 그물망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작품 아래 쪽에 대형 추가 달린다.

이번 전시는 김 작가의 제안을 세빛섬기획단이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밖에서도 보이는 대형 날개 작품 외에 300평 규모 내부 전시장에는 빛, 나비와 꽃, 신체를 주제로 신작이 선보인다. 작가는 인류의 진화와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을 함축한 대형 발(足) 모양 설치작품, 날개를 단 암수 곰과 투명 비닐 속에 갇힌 동물들을 통해 인간 군상의 갈등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대형 작품 등을 준비했다. 꽃과 나비가 가득한 화단과 쓰레기 더미 속 파괴된 정원을 뒤섞은 '꽃의 정원'에 대해서 작가는 "지구의 재난과 재앙으로 인한 환경파괴를 풍자한 것"이라며 "일명 '황제나비'인 모나크 나비의 개체수가 지난 20년간 전체의 90%가 줄어들 정도로 심각한 환경파괴를 풍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1983년 미술가 그룹 '난지도'에서 활동하며 문명 비판적인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이후 유학중이던 1998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르윈스키 성 추문'과 관련해 이를 소재로 한 작품을 캘리포니아 클래어먼트 대학원에서 전시해 국내외에서 관심을 끈 바 있다. 이번 전시는 12년 만에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이다.

한강세빛섬은 연간 240만명이 방문하는 곳으로 반포대교와 한남동 쪽,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등지에서도 조망할 수 있는 지역이다. 옥외 작품설치가 완료될 경우 한강의 새로운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미술평론가 서성록 안동대 교수는 "김홍년 작가의 작품은 특정 공간을 찾지 않더라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공재로서의 가치가 돋보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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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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