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내수회복 유통산업이 이끈다] '유통+제조' 유니클로 쑥쑥… 국내선 '대형화 규제'에 성장 정체

<중> 시장 망치는 정부 규제

정기 휴무 알리는 메시지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 입구에 휴일 의무휴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선진국 잇단 지원책으로 신규진출·시장파이 키우는데

국내는 SSM 출점제한 발목에 오히려 경쟁·혁신 저하

글로벌 톱250 유통사 중 롯데쇼핑·이마트 등 4곳 불과

"대규모 출점 허용 등 덩치 키울수 있는 토대 마련 시급"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의 대표격인 유니클로는 지난해 국내에서 단일 패션 브랜드 사상 최초로 연 매출 1조원을 기록했다. 지난 1984년 '일본에는 왜 미국 갭(GAP)같은 브랜드가 없을까'라며 지방 중소상점에서 출발한 유니클로는 '대형화·대기업화'를 기반으로 승승장구, 30여년 만에 글로벌 제조유통업체로 우뚝 섰다. 일본 정부도 시의적절하게 규제 완화책을 내놓으며 사업 재편이나 신사업 진출을 도왔다. 그 결과 유니클로는 사양 산업인 의류업종에서 일본 최고의 갑부를 배출했고 자국 섬유업체 도레이의 원사를 전면에 앞세워 고사 위기의 일본 섬유업계까지 부활시켰다.

유니클로 같은 '글로벌 제조·유통업체' 양산은 국내 유통업계의 숙원이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그 가능성에 고개를 젓는다. 유니클로는 유통시장에 진출하면서 처음부터 박리다매 시스템을 택하는 등 대형화·기업화를 겨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대형화와 관련된 시스템 지원이 전무하고 각종 정부 규제로 대기업에 대한 소비자 인식 자체가 부정적이다. 일본과 달리 덩치를 키울 토양 자체가 척박하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유통사와 자웅을 겨루려면 대규모 출점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외형 확대에 나서야 한다"며 "출점에 앞서 주변 상인과 지방자치단체의 역공에 시달리는 수준으로는 성장도, 연구개발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형·기업화 막으면 성장도 무산=전문가들은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대형화·기업화를 추구해야 글로벌 업체가 양산되고 유통업도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편의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편의점은 '대기업 브랜드'라는 주홍글씨와는 달리 프랜차이즈 업종 중 가장 계약 기간이 길고 재계약률도 높다. 창업 비용이 크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등 창업 여건이 중소 프랜차이즈에 비해 우수하기 때문이다. 여러 규제에서도 자유로운 편의점은 본사와 점주와의 뛰어난 호흡 속에 유통업계의 혁신을 주도하며 소비 불황에도 나 홀로 성장하고 있다.

반면 '전통시장 1㎞ 이내 출점 금지'에 묶인 기업형슈퍼마켓(SSM)은 편의점과 동일한 1인 가구 호재도 살리지 못한 채 매출 저하에 허덕인다. 경쟁이 제한되자 중소 슈퍼마켓도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소 슈퍼마켓을 포함하는 국내 '기타 음식료품 위주의 종합소매점'은 2012년 7만3,101개에서 2013년 7만2,391개로 되레 줄었다.

◇과도한 규제는 경쟁·혁신 저하로 이어져…'유통 갈라파고스'만 가속=최근 로이터통신은 국내 서비스업의 생산성 부진 원인에 대해 중소 사업자 보호에 치중한 과도한 규제로 경쟁과 혁신이 억제된 점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복잡한 규제 덕분에 고수익 부문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아져 수익성 낮은 부문에 신규 창업이 집중, 전체 생산성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 점도 지적됐다. 영세 위주의 한국 서비스산업의 노동생산성은 2013년 기준 1인당 22.5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국 중 21위다.

선진국의 경우 유통업계의 대형화를 통해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 중견기업 및 신규 대기업이 재진출, 시장 파이가 커지고 품질 경쟁력 등이 향상된다. 양질의 일자리 확충도 물론이다. 반면 국내 유통시장은 대기업 위주로 재편된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지난 25년 동안 '면세점 깃발'을 꽂은 두산그룹 외 신규 진입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정체 상태다.

◇갈수록 미미해지는 글로벌 위상=해외에서는 소비 트렌드가 대형마트에서 유기농 마켓을 거쳐 근거리 로컬 푸드마켓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 같은 트렌드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안전한 식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근거리 생산 식품을 구매하는 추세가 해외 각국에서 보편화됐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발걸음도 떼지 못할 만큼 '유통 갈라파고스 증후군'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 유통업체들의 글로벌 영향력은 지극히 미미하다. 지난해 딜로이트가 분석한 '글로벌 톱250 유통기업' 중 국내 기업은 롯데쇼핑·이마트·이랜드리테일·GS리테일 등 단 4곳이었다. 이는 전체의 2%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31개 기업이 순위에 오른 일본의 8분의1이다. 특히 이들 국내 4대 유통기업의 매출을 모두 합하더라고 월마트 매출액(4,763억달러)의 11분의1에 불과하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는 규모가 커지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일종의 '대형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며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판매 채널을 넘어 '제조+유통'으로 확장 중인 글로벌 유통 패러다임에 편승하기는 요원하다"고 우려했다. /김희원·김민정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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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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