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썸타는 영화&경제] (18) ‘슬럼독 밀리어네어’와 인도의 모디노믹스

자말의 첫사랑 라티카. 자말은 그녀을 찾기 위해 거액의 상금이 걸린 퀴즈쇼에 출연할 결심을 한다. /출처=네이버영화자말의 첫사랑 라티카. 자말은 그녀을 찾기 위해 거액의 상금이 걸린 퀴즈쇼에 출연할 결심을 한다. /출처=네이버영화




#혹독한 고문에도 “나는 정답을 알았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주인공 자말(데브 파텔)은 퀴즈쇼 우승 직전 경찰에 체포돼 혹독한 고문을 당한다. 콜센터 회사의 차(茶) 심부름꾼에 학력조차 변변치 않은 그가 난이도 높은 문제들을 척척 풀어내자, 방송국에서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의 갖은 고문에도 자말은 “정답을 알았다”고 되뇔 뿐이었다.

18세의 빈민가 출신 고아 자말이 어떻게 퀴즈 왕이 될 수 있었을까? ⓐ속임수를 써서 ⓑ운이 좋아서 ⓒ천재라서 ⓓ정해진 운명이기 때문에. 영화는 이런 물음과 함께 시작한다.

빈민가 출신에 배운것도 변변치 않지만 자말은 어려운 퀴즈를 척척 맞힌다.  /출처=네이버영화빈민가 출신에 배운것도 변변치 않지만 자말은 어려운 퀴즈를 척척 맞힌다. /출처=네이버영화


#자말의 선택은 사랑, 살람은 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답은 ‘D’다. 마치 정해진 운명에 따라가듯 자말은 퀴즈의 정답을 맞혀나가고, 더불어 정답을 알게 된 사연이 자말의 회상 속에서 주마등처럼 펼쳐진다. 운명적인 첫사랑 라티카(프리다 핀토)를 만나고 헤어지기를 거듭하게 되는 안타까운 사연, 그리고 자말의 형 살람(마드허 미탈)과 함께 지낸 빈민가의 유년기, 폭력배들에게 유괴 당했다가 탈출해 거친 세파를 헤치며 살아가는 과정 등이다. 특히 자말과 살람 형제의 엇갈린 삶의 행보는 영화 스토리의 큰 줄기를 이룬다. 자말의 선택은 사랑이고, 살람의 선택은 돈이다.

자말의 경우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인도 최고의 인기 퀴즈쇼에 출연한 목적 자체가 첫사랑 라티카를 만나기 위해서다. 오매불망 잊을 수 없는 그녀가 거액의 상금이 걸린 퀴즈쇼를 보다가 그에게 연락을 해오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다시 만난 라티카는 이미 조직폭력배 두목의 여자가 된 상태. 그녀에게 자말은 “나랑 떠나”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라티카가 “어디로? 뭘 먹고 살아?”라며 주저하자, 자말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말한다. “사랑(을 먹고 살아)!”이라고.

살람은 공사중인 고층건물에서 “이젠 딴 세상이 됐어. 인도가 세계의 중심지야”라고 동생에게 말한다.  /출처=네이버영화살람은 공사중인 고층건물에서 “이젠 딴 세상이 됐어. 인도가 세계의 중심지야”라고 동생에게 말한다. /출처=네이버영화



#“이젠 딴 세상이 됐어. 인도가 세계 중심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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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살람은 돈이 있어야 행복하고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조폭이 된다. 조직에서 핵심에까지 오른 살람은 폭력을 동원한 이권 개입과 비즈니스를 통해 돈도 꽤 모았다. 자말은 청년이 돼 다시 만난 동생 자말을 이끌고 공사 중인 고층건물에 올라가 도시를 굽어보며 외친다. “저길 봐, 우리가 뒹굴던 슬럼가야. 이젠 딴 세상이 됐어. 인도는 이제 세계 중심의 중심지야.”

요즘 인도는 말 그대로 세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지난해엔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을 추월했을 정도다. 더 나아가 올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7.5%로 중국(6.3%)을 압도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망했다. 세계 경제 지도자들과 글로벌 기업인들 사이에선 “중국을 대신할 아시아 경제의 새 성장엔진으로 인도가 부상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모디노믹스’에 힘입은 변화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14년 집권 이후 ‘메이크 인 인디아’를 내걸고 세제개혁을 단행하고 기업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그 결과 글로벌 기업들의 인도 진출이 줄을 이었고, 인도는 향후 10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나라로 주목받게 되었다.

유년시절의 자말 형제가 폭력집단에서 탈출해 기차를 타고 달아나고 있다. /출처=네이버영화유년시절의 자말 형제가 폭력집단에서 탈출해 기차를 타고 달아나고 있다. /출처=네이버영화


#모디노믹스에도 빛과 그림자가…

하지만 인도 경제의 한 편엔 여전히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전체 인구의 30%가 빈곤층이고, 문맹률이 35%에 달한다. 또한 하층민과 소수 종교, 여성에 대한 차별과 탄압이 극심해 인도는 아직도 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영화 속에서도 유년기의 자말은 미국인 부부 앞에서 경찰관으로부터 구타당하고 나서 이렇게 말한다. “진짜 인도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죠? 이게 진정한 인도의 모습이에요.” 라티카는 사람들이 퀴즈쇼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현실을 벗어날 돌파구니까. 안그래? 인생을 바꿀 기회”라고 말한다. 전 세계로부터 각광을 받는 모디노믹스를 두고 ‘외화내빈’이니 ‘허상’이니 하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도 바로 사회적 불평등과 인권문제 탓이 크다.

주제곡 ‘자이 호(Jai Ho)’와 함께 춤추는 라티카. 자이 호는 ‘해내다’라는 뜻이다. /출처=네이버영화주제곡 ‘자이 호(Jai Ho)’와 함께 춤추는 라티카. 자이 호는 ‘해내다’라는 뜻이다. /출처=네이버영화


사족 삼아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퀴즈쇼에서 가장 큰 돈이 걸렸던 문제를 내보겠다. ‘알렉산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에서 2명의 총사는 아토스와 포르토스다. 세 번째 총사의 이름은? A: 아라미스 B: 리슐리외 추기경 C: 달타냥 D: 플란쉐’. 정답은?

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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