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애플, 사과 쓴맛

아이폰 판매증가율 0.4% 최저… 애플, 마이너스 성장 예고

아이폰 매출 비중 3분의2 달해

스마트폰 시장 포화상태 등에 10년 걸친 고성장 시대 막내려

혁신제품 부족도 실적부진 한몫… 구글 맹추격, 시총 1위자리 위협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고성장 신화가 막을 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시장에 놀랄 만한 혁신 제품이 나오지 않는 것이 근본 이유로 꼽힌다. 애플은 애플워치·애플뮤직·애플페이 등 신사업으로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주력인 아이폰 판매 저조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26일(현지시간) 애플은 회계연도 기준 2016년 1·4분기(지난해 10~12월)에 759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동기 대비 1.7% 늘어난 것으로 매출 성장률은 지난 2013년 6월 이후 최저치다. 순이익도 184억달러로 전년동기보다 2.2% 늘어나는 데 그쳐 성장성 정체가 역력했다.

특히 매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아이폰 판매량이 7,480만대로 전년 대비 0.4% 증가에 머물렀다. 이는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판매 증가율이다. 중국 시장도 아이폰 판매 증가율이 14%에 그치며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 더구나 이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016년 2·4분기(올 1~3월) 매출이 2003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애플은 이번 분기 매출이 500억~530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8.6~13.8%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554억7,000만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쿡 CEO는 "경기둔화와 환율변동,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예전에 보지 못한 극단적인 시장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아이폰 판매량이 이번 분기에 (처음으로)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애플은 실적부진의 원인을 글로벌 경기둔화와 달러화 강세로 돌리고 있다. 해외 판매량이 전체의 3분의2를 차지하는데 환율 요인만 없었더라도 지난 분기 매출이 8% 증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거의 10년에 걸친 애플의 성장시대가 마침내 종언을 고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일단 스마트폰 보급률이 올라가면서 신규 수요가 줄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 증가율은 사상 처음으로 10%를 밑돌았다. 이 때문에 애플은 물론 삼성전자·샤오미 등도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기존 모델을 뛰어넘는 혁신 제품이 나타나지 않는 것도 실적부진의 한 이유다. 또 성능이 비슷해진 가운데 중국 저가 스마트폰 업체가 애플을 맹추격하고 있다. 이 때문에 RBC캐피털마켓과 번스타인리서치의 경우 이번 분기 아이폰 판매량이 각각 26%, 15~20%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애플워치·애플페이·가상현실(VR)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내세우지만 아이폰 의존도를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 설상가상으로 아이패드 매출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맥북 판매도 예상치를 밑돌았다.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지난 5년간 지켜온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애플 시가총액이 지난 6개월간 1,500억달러나 증발하며 5,572억달러로 줄어들자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이 4,969억달러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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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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