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허가제→신고제 전환 첫 공론화… 수술대 오른 면세점 제도

2월 2일 면세점 제도개선 정책 세미나

재승인기간 10년 연장 등 규제완화도 검토

신규업체 추가진입 쉽게해 국제 경쟁력 제고


정부가 시내면세점 제도의 근간인 '특허권 허가제'를 시장자율경쟁 방식의 '신고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논란을 빚고 있는 5년 주기 재승인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동시에 면세점 문턱을 대폭 낮춰 신규 업체의 추가 진입을 원활하게 하는 개선안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면세점 제도가 대수술대 위에 오른 것이다.

27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면세점 관련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에게 최근 "면세점 특허기간 연장 등을 포함해 면제점 개선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특히 자유로운 신규 진입에 대해 정책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답변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 박 의원 측은 면세점 시장의 자율경쟁을 위해 정부가 사실상 '준신고제'에 다름없는 확실한 규제완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해석했다.

이와 관련, 다음달 2일 국회에서 면세시장을 자율경쟁 체제로 바꾸는 다양한 개선안을 도출하기 위한 정책 세미나가 열려 면세점 제도 개선을 둘러싼 관심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세미나에서는 제한적 신고제 등 새로운 대안은 물론 한국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현행 규제 및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갱신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 및 재도입 △강남권 관광 불균형에 대한 신규 특허 필요성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규제로 꽁꽁 묶인 면세시장에서 신고제의 첫 공론화는 국내 면세점이 시장원리 개념으로 가야 한다는 의미여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일정 정도의 조건만 충족하면 신규 특허권을 부여해주는 '제한적' 성격의 신고제는 경쟁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아남게 되고 대신 과당경쟁, 저질 서비스, 세원 유실 등의 문제는 소비자와 시장에게 맡기는 식이다. 대기업 특혜 및 독점 논란도 자연스럽게 불식시킬 수 있다.

세미나는 또 기획재정부·관세청 등이 참여한 면세점 제도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이 마련한 신규 면세점 발급요건 완화, 현행 5년인 특허기간의 10년 연장 방안 등도 다룰 방침이다. 박 의원은 "매출을 국회에 보고하고 세원만 확보된다면 일정 자격 이상의 업체에 기회를 줘도 된다"며 "신규 사업자를 더 늘릴 경우 관광산업의 진흥을 도모하고 면세점의 국제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면세점 제도 세미나를 여는 것은 면제점 정책이 규제에서 성장 지원 쪽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면세점을 단순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질투 어린 시선으로 볼 게 아니라 한국의 관광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경우 해외 소비가 늘면서 내수진작의 기폭제로 면세점 수를 늘리고 정책적으로 시장 확대를 지원하고 대형화시키는 추세다. 따라서 한국도 규제로 발목을 잡을 게 아니라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의견에 점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실제로 지난해 신규 면세점 입찰 과정에서 대기업 간 과당경쟁으로 국가 면세점 및 관광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십년간 쌓아온 노하우도 폐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여기에 고용 문제 및 명품과의 협상력 약화 등 각종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특허권 갱신에 실패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올해 6월 폐점을 앞둔 상황에 오히려 전년보다 실적이 80% 급증한 월 매출 20억~30억원이라는 아이러니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반면 신규 면세점인 HDC신라와 갤러리아63은 명품 협상에서 난항을 겪으며 월 매출 1억~2억원으로 고전하고 있다. 23년간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노하우를 쌓아온 워커힐면세점 역시 고용 승계, 임대차 계약과 재고 처리, 해외 협력사와의 계약 파기에 따른 신뢰성 하락 등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한편 정부는 세미나를 비롯한 각계 반응을 모아 상반기 안에 제도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각계에서 논의된 대안을 토대로 추가 신설 기준과 특허 기간, 특허 선정방식도 새로 바뀔 예정이다. 이럴 경우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의 소생 가능성도 높아져 면세점업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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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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