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역외탈세 척결, 지하경제 양성화 핵심"… 성역없이 훑는다

국세청 연초부터 일제 세무조사

30명 조사는 '신호탄' 관측

3월 자진신고 기간 끝나면 조사 대상·범위 크게 늘 듯

9월부터 FATCA 가동 이어 디지털 포렌식 기법도 동원



국세청이 연초부터 역외탈세범 추적에 조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주목된다. 올해 들어 역외탈세 혐의로 국세청 조사를 받고 있는 곳은 법인과 개인 등 30곳이지만 이는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관측이다. 자진신고 기간이 끝나는 3월 말 이후 범위와 대상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격적인 역외탈세 조사는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다. 역외탈세는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4대 분야 가운데 단연 핵심으로 꼽힌다.

국세청의 칼끝은 무엇보다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하거나 해외 법인과의 이전거래를 통해 소득을 탈루하는 형태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이 제시한 역외탈세 유형을 보면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유령 회사(페이퍼컴퍼니)를 거쳐 위장 수출하는 방법 등으로 지난해 적발된 역외탈세 추징금만 1조2,861억원에 달한다.

사주 일가가 해외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이를 통한 편법거래로 자금을 빼돌린 뒤 멋대로 쓴 경우가 많았다. A씨의 경우 선친이 해외 신탁회사를 통해 보유하던 미국의 고급저택 등 해외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상속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투자소득을 차명으로 관리하며 해외에 숨기고 호화생활을 즐기다 국세청에 꼬리가 밟혀 600억원이 넘는 돈을 추징당했다.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가공비용을 송금하거나 수출하는 방식으로 회사자금을 빼돌린 B법인은 수십억원을 추징당하고 법인과 사주가 고발됐다.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외국인 기관투자가로 위장해 국내 투자한 뒤 투자소득을 해외로 유출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 유형, 해외에서 거둔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채 임직원 등 명의로 국내에 들여오는 유형도 중점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국내 유수의 기업 관계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승희 국세청 조사국장은 "국세기본법상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대상을 확인해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기업 규모나 법인, 개인 등 구분 없이 역외 소득·재산 은닉 혐의가 발견되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올해 9월부터 시작되는 한미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FATCA)을 계기로 양국 거주자들의 금융계좌는 물론 이자, 배당, 기타 원천 소득까지 모두 파악되는 만큼 역외탈세 조사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이후 영국 등 53개국으로 거미줄 공조가 확대되면 해외 계좌를 신고하지 않거나 소득과 재산을 해외 은닉하기 어려워진다. 국세청은 금융거래 추적조사, 대용량 데이터베이스(DB) 원본 분석, 삭제된 데이터 복구 등 첨단 세무조사기법인 디지털 포렌식(forensic)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한편 국세청은 한미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에 따라 오는 9월부터 미국인이 국내 금융회사에 보유한 금융계좌와 관련해 성명, 납세자 번호, 계좌 번호 등을 미국 국세청에 제출해야 한다. 5만달러(보험·연금은 25만달러)를 초과하는 기존 금융계좌, 5만달러를 초과하는 신규 금융계좌가 대상이다. 미국 국세청은 연간 이자 10달러를 초과하는 예금계좌와 미국 원천 소득 관련 기타 금융계좌를 우리 국세청에 넘긴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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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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