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Hot 이슈] 중국 공세·치킨게임에 폴리실리콘값 폭락… 국내업계 비상등

■ 시장 커져도 제품값 뚝뚝…폴리실리콘의 아이러니

2008년 후 시장가격 96% 추락… 한국실리콘 등 생산 원가 절감

"버텨야 산다" 눈물겨운 생존 노력… 법인세 인하 등 정부 지원책 필요





한때 ㎏당 400달러를 호가하던 폴리실리콘이 ‘껌값’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관련 업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수요가 넘치는데도 중국의 무차별 공세로 가격 추락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경쟁사 간의 치킨게임이 한창인 가운데, 업계에선 생존을 위한 자구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의 핵심 소재는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 2011년 60달러대, 2014년 ㎏당 20달러대에서 이달 셋째주 12.94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 2008년 ㎏당 400달러대를 기록할 만큼 금값이었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96% 넘게 추락한 것이다. 폴리실리콘의 제조 원가인 ㎏당 15달러선도 넘긴 지 오래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끊임 없이 떨어지면서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매출의 50% 가량을 폴리실리콘에 의존하는 OCI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OCI의 폴리실리콘 생산량은 연 5만2,000톤 가량으로 전세계 3위다.

지난 2011년 5,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 설립 계획을 밝혔던 LG화학은 이를 철회키로 했다. 태양광 산업의 성장세를 감안해 세운 계획이지만, 업황이 당초 전망과는 반대로 꺾어지자 투자를 취소한 것이다. ★본지 27일자 14면 참조

KCC는 수 년째 폴리실리콘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웅진그룹 계열사였던 웅진폴리실리콘은 아예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다. 폴리실리콘 제조보다 수익성이 높은 태양광 발전소 건설·운영 사업의 비중이 높은 한화만이 위기에서 비켜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폴리실리콘 수요 자체는 증가 추세다. 태양광 시장 자체가 연 10%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OCI의 폴리실리콘 공장 가동률은 현재 100%다. 연 1만5,000톤을 생산하는 한국실리콘 역시 공장을 100% 가동하고 있다. 한국실리콘 관계자는 “구매 문의가 들어오는 규모가 생산량의 1.5~2배 정도로 많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느는데도 가격이 추락하는 이유는 전 세계 폴리실리콘 제조 기업이 벌이는 치킨게임 때문이다. 세계 1위의 폴리실리콘 제조사인 중국 GCL은 연 7만톤 가량을 생산한다. 중국에는 GCL 외에도 연 1만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업체가 십수 곳에 달한다. 전세계 폴리실리콘 수요(약 30만톤)의 3분의 2 이상을 한 나라에서 생산하는 셈이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정책과 인건비·전기세 등 저렴한 생산 비용 등을 업고 전 세계 폴리실리콘 시장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세계 2위인 독일의 바커 역시 이에 밀리지 않기 위해 연 5만2,000톤 규모의 생산 설비를 100% 가동 중이다. 누군가 백기를 들고 경쟁에서 빠져야만 다시 폴리실리콘 가격이 오를 것이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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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업계에선 ‘최대한 오래 버틴다’는 목표 아래 눈물겨운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실리콘은 뼈를 깎는 생산 효율화를 통해 생산 원가를 ㎏당 10달러 초반대까지 끌어내렸다. 블룸버그통신 조사에 따르면 이는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저렴한 폴리실리콘 생산 원가다. OCI는 OCI머티리얼즈, OCI리소시즈 등 알짜 계열사를 잇따라 매각한 자금으로 태양광 발전소 건설·운영 사업에 재투자하고 있다.

그럼에도 폴리실리콘 가격이 다시 오르지 않는다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OCI는 과거 잉곳·웨이퍼 업체들과 체결한 장기 계약에 따라 지금보다는 높은 가격으로 폴리실리콘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잉곳·웨이퍼 업체들이 더 저렴한 가격으로 단기(스팟) 계약을 체결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폴리실리콘으로 수익을 내는 회사는 없다”며 “올해 폴리실리콘 가격이 원가 수준까지 회복되지 않으면 더 이상 사업하기가 어렵다”고 단언했다. 정부의 지원사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달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중국산 폴리실리콘의 수입관세는 즉시 철폐됐지만, 정작 국산 폴리실리콘의 대중 수출 관세는 12년 후에나 완전 철폐될 예정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독일 등 각국이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해 전기세·법인세 인하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말로만 육성 정책을 외치고 있다”며 정책적 지원을 촉구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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