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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기자의 Travelogue] '관광은 노는 것' 오해가 관광산업 가로막아

세월호 참사를 겪고서도 우리의 관광산업은 성장하지 못한 걸까. 최근의 제주도 공항 사태를 보고 드는 생각이다. 일부 저가항공사들의 '선착순' 소동으로 수천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난리를 겪은 것도 그렇고 공항 측도 제대로 된 재난 매뉴얼 없이 허둥대기만 했다. 제주도가 지난 2014년 만들었다는 '공항 체류 관광객 대응체계 구축계획'이 겨우 항공기 한 대 분량인 500명을 기준으로 수립됐다고 한다.

잇따른 참사는 관광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아직까지도 적지 않은 이들이 '관광'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모두가 힘써 일하고 생산을 우선해야 할 시기에 논다는 것은 안 된다는 말이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인 인정하지만 이를 장려해서는 안 된다. 한국적 상황에서는 아직 그렇다는 것이다.

관광과 여행의 차이를 생각해보자. 많은 이들이 여행과 관광에 개념적 차이를 둔다. '여행'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체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관광'은 그냥 즐기고 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제도상으로 여행협회는 주로 여행사들이 참여한다. 반면 관광협회에는 여행사·호텔·요식업 등이 들어있으니 사실상 여행은 관광 안에 포함되는 셈이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관광이 '주역'의 '관국지광(觀國之光)'에서 비롯됐다고 하는데 조선시대에도 이런 용어는 쓰였다. 그때는 선진문물에 대한 일종의 학습여행이었다. '열하일기'의 박지원과 '서유견문'의 유길준은 '관광'을 한 셈이다. 여행은 '예기'의 '삼년지상 연불여행(三年之喪 練不旅行)'에서 처음 사용된 말로 즐거움을 위한 목적으로 다른 지역을 돌아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여행이 더 넓은 범위다. 다만 전통시대에는 여행보다는 유람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했다.

영어에서 '트래블(travel)'은 다른 장소로 가는 일반적으로 의미의 여행이고 '투어(tour)'는 일정한 목적으로 일정한 장소를 돌아보는 것을 말한다. 영어 표현으로도 트래블이 더 포괄적이다.

하지만 근대 시기 일본인들이 영어를 자기방식으로 한자어화하면서 의미가 틀어졌다. 트래블은 '여행', 투어는 '관광'으로 번역된 것이다. 그리고 한국으로 유입되면서 지금 우리가 인식하는 개념이 생긴 것이다. 즉 여행은 낭만적인 의미를 갖지만 관광은 유흥이다.

최근 관광에 산업이라는 옷을 입히고 있다. 여행산업이라는 말은 없지만 관광산업이라고는 한다. 관광이 항공·호텔·식당·쇼핑 등을 모두 포괄해 산업생태계를 갖게 된 것이다. 어차피 용어가 확정됐으면 확실하게 정의해야 한다.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인프라를 제대로 인식했다면 세월호나 제주공항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관광산업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돈을 벌면서도 '관광은 노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잘못이 이런 사태의 이유 중에 하나다.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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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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