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법, "존엄사 때 병원비, 실제 사망시점 기준 내야"

연명치료 중단 이후에도 환자가 얼마간 생존했다면 병원비는 실제 사망시점까지 발생한 만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연명치료 중단 결정과 관련해 병원비 지급 기준을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2018년 ‘웰다잉법’이 시행된 후 의료계의 실무 지침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8일 세브란스병원을 운영하는 연세대가 국내 첫 존엄사 판결을 받은 김모(사망 당시 78세) 할머니의 유족을 상대로 낸 진료비 청구소송에서 ‘8,643만7,000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할머니의 유족은 2008년 6월 2일 병원을 상대로 연명치료 중단소송을 내 같은 해 11월 28일 1심 법원에서 승소했다. 이 판결은 2심을 거쳐 2009년 5월 21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에 병원은 한달여 뒤인 2009년 6월 23일 호흡기를 제거했으나 김 할머니는 자가 호흡으로 생존하다가 이듬해 1월 10일 숨졌다.


병원은 유족 측에 김할머니의 진료가 시작된 2008년 2월부터 할머지의 사망시점인 2010년 1월 10일까지 발생한 진료비 8,710여만원 중 미납금 8,690만원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유족들은 연명치료 중단 이전부터 치료중단과 퇴원을 요청한 만큼 병원비는 2008년 2월부터 소송시점인 2008년 6월까지에 해당하는 만큼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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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병원비를 475만 원으로 판단했다. 양측의 의료계약 해지 시점을 연명치료 중단 1심 판결이 송달된 2008년 12월 4일로 봤기 때문이다. 2심은 이와 달리 인공호흡기 치료계약은 대법원이 중단을 선고한 날 끝났지만 이를 제외한 수액공급, 항생제 투여 등 다른 진료계약은 여전히 유효했다며 이에 대한 진료비는 모두 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환자와 의료인 사이의 기존 의료계약은 판결에서 중단을 명한 연명치료를 제외한 나머지 범위 내에서는 유효하게 존속한다”며 2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봤다.

국회는 지난 8일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요건을 정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2018년 부터는 이 법의 범위 내에서 연명치료 중단이 허용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종전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더불어 연명치료 중단 결정과 범위, 효력 등에 관한 실무상 중요한 해석지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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