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7년뒤 입학정원 미달 대학 속출… 대학구조개혁법 통과 서둘러야

학령인구 급격한 감소 따라 200개大 정원 절반 못채워

지방대 집단 부실화 올수도

대학가 강도높은 개혁 위해 자발적 정원 감축 유도하고

부실大 퇴출근거 구축 필요

한산한 대입원서접수 창구


오는 2020년 지방 소재 A대학은 전체 입학정원 1,000명 가운데 신입생을 500명 모집하는 데 그쳤다. 이 대학은 별다른 재원이 없어 학생등록금으로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재정 수입이 절반으로 줄자 총장은 교직원에게 드러내놓고 영업을 지시했다. "한 해에 학생 10명 이상 모집하지 않는 직원들은 명예퇴직 처분하겠다"는 경고에 교직원들은 강의 준비와 업무는 뒷전이고 학생 모집에 혈안이다. 재정 수입이 줄면서 총학생회가 5년째 요구해온 강의실 환경개선비도 '없던 일'이 됐다. 총장이 철석같이 약속했던 사안이었다. 총학생회는 총장 규탄대회를 열었고 총장은 총학생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런 혼란 속에 '미래가 안 보이는 학교'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자퇴하는 재학생들이 늘어만 갔다.

2020년을 가정해 한 대학의 풍경을 묘사한 것이다.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교육계 안팎에서 우려하는 미래의 모습이다. 현재 인구 추세라면 2023년께 약 200개 대학이 입학 정원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할 위기에 처해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올 초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인구 구조변화에 맞춰 대학 구조개혁을 차질 없이 진행하라"고 지시할 정도였지만 대학 구조개혁의 추진동력이 될 법안 통과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대학 구조개혁에 관한 법'이 통과돼야 대학의 집단 부실화를 막을 수 있다며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대학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은 학령인구가 감소할 것을 대비해 대학의 입학정원 조정과 퇴출 근거 등을 마련한 법안이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4월 법안을 발의했지만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강제로 추진한다는 야당 측의 반대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어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이 대학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기초로 한 뒤 공정한 평가를 거쳐 부실 대학을 퇴출하자는 수정안이 제시되면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있다. 안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대학이 평생교육기관 등 다른 형태의 교육기관으로 전환이 쉽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특히 대학평가위원회를 지정해 각 대학의 교육 여건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2회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을 경우 퇴출이 가능하도록 한 게 특징이다.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교육계 안팎에서는 대학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 통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대학 입학 희망자와 대학 정원의 '미스매치'가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0년 만 18세 인구는 50만126명에 불과하다. 현재 대학 입학정원(약 56만명)이 조정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고3 학생이 모두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대학이 6만명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게 된다. 이 같은 전망치는 2023년에는 더욱 심각해진다. 2013년에 만 18세 인구는 43만3,032명이며 이 중 39만8,157명가량이 대학을 입학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 입학정원이 현재 추세를 이어간다면 16만명의 정원이 남게 된다. 대학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100개교에서 신입생을 1명도 뽑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내다보면 신입생을 정원의 70% 미만으로 충원하는 대학이 다수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2013학년도에 정원 미충원이 발생한 대학의 96%가 지방 소재 학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대가 학생 모집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대학 정원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현재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298개 대학을 대상으로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실시했고 66개교를 D등급 이하로 판정했다. 이들 대학에 대해서는 교육부 재정사업에서 불이익을 주고 국가장학금·학자금대출 등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 측은 돈을 연계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대학 측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학 구조개혁에 대한 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어렵다는 게 교육부의 판단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대학 구조개혁에 관한 법과 관련해 여야 간 의견 차가 있다. 대학 구조개혁에 관한 법을 살펴보면 대학 설립 당시 설립자가 투자한 재산을 돌려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공익적 목적에서 기부한 재산을 되돌려주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야당 측의 의견이다. 하지만 인구변화에 맞춰 대학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기본 취지를 바탕으로 하면 충분히 여야 간 타협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성근 영남대 지역 및 복지행정학과 교수는 "대학 입학 수요가 급격히 줄고 대학 공급은 양적 초과 상태여서 대학 구조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대학 구조개혁은 제도적 기반 없이 부분적으로 접근해 한계가 있었던 만큼 이번에 법률을 제정해 대학 구조개혁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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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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