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1호 구조조정' 기업을 확정하는 등 올해 기업 인수합병(M&A)과 사업재편이 본격화하자 대형 회계법인이 관련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조직 개편을 통해 구조조정 자문업무를 확대하면서 외부 인력 충원과 세대교체 등을 단행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최근 M&A 자문 분야에서 가장 의욕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회계법인은 EY한영이다. 대우증권 재무자문 본부장 출신의 이재원 전무를 연초 영입했다. M&A 자문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 전무는 대우증권에서 한솔제지가 네덜란드(텔롤)·덴마크(샤데스) 업체를 인수할 때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북미·유럽 지역 기업과의 M&A 거래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EY한영은 거래자문(TAS)본부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정기환 부대표를 본부장으로 발탁하고 기업재무전략(CFS)팀을 새로 꾸렸다. 컨설팅업체인 배인앤컴퍼니 출신의 최재원 전무가 이끄는 CFS팀은 선제적 구조조정에 특화된 조직이다. 사업재편을 고민하는 기업에 조언을 해주고 M&A 자문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EY한영 관계자는 "기업 자문본부는 임원들이 사무실을 2인 1실로 사용할 정도로 기존보다 인원이 늘었으며 외부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딜로이트안진 역시 M&A 자문과 실사 등을 담당하는 재무자문본부 내에 '선제적 구조조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본부를 이끄는 홍종성 부대표를 중심으로 대기업 집단과 사업 부문별 전담 임원이 수시로 정보를 공유하며 새로운 구조조정 전략을 도출해내는 식이다. TF는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놓고 사업재편이 필요한 계열사를 추려내는 작업부터 한계기업의 재무상황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며 개선할 방안까지 밑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딜로이트안진 관계자는 "특정 기업에 문제가 터졌을 때 방안을 만들면 경쟁사보다 한참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미리 어느 정도의 대안을 마련해놓고 있어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정KPMG는 외부 인재 수혈을 통해 기업자문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교태 삼정KPMG 총괄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기업 M&A 거래의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해 최대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역량 강화 차원에서 외부 인력을 적극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영입 대상도 회계사뿐 아니라 일반 기업과 금융회사의 전문가들로 다양하게 설정해놓고 있다. 기업 M&A 거래를 발굴할 수 있는 능력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회계사 자격이 없어도 적극 채용하겠다는 뜻이다. 삼정KPMG 관계자는 "기업 자문과 관련해 내부 전문인력의 역량을 더욱 고도화하는 일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1위인 삼일PwC는 일찌감치 강화한 기업 구조조정 업무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팬오션을 비롯해 10건이 넘는 법정관리 M&A 거래에 관여하며 다른 회계법인보다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삼일은 지난해 하반기 서동규 대표를 중심으로 감사·세무·M&A 자문 업무를 한 번에 제공하는 복합서비스그룹을 재편하며 세대교체와 조직개편을 실시한 바 있다. 삼일PwC 관계자는 "구조조정 업무 확대 등 외부환경 변화를 고려해 오는 3~4월쯤 새로운 인력 조정 및 조직개편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