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신러닝 관련 박사 3인방 의기투합 의료 솔루션 개발로 세계시장 노린다
뷰노는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는 솔루션 개발 업체다. 각종 의료용 진단 사진과 데이터를 이용해 질병 여부를 빠르게 판단하고, 의사가 정확히 진단할 수 있도록 돕는 획기적 기술을 구축하고 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뷰노를 창업한 이예하 대표와 김현준 최고전략이사, 정규환 최고기술이사 세 명은 모두 삼성종합기술원 출신이다. 머신러닝 관련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세 사람은 삼성종합기술원에서 머신러닝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다가 창업에 나섰다. 머신러닝은 기계학습 기술을 의미한다. 알고리즘(문제 해결을 위해 정한 일련의 절차로,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기초가 된다)을 기반으로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게 만드는 인공지능 기술의 일종이다. 구글 플러스,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인물 사진에 자동으로 태그를 달거나 사진 배경에 나타난 위치를 인식하고 분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예하 대표는 말한다. “머신러닝을 연구하면서 다양한 사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업을 하면 괜찮겠다 싶었지만, 사내 스핀오프 제도를 이용하면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았습니다. 때문에 아이디어를 떠올린 그 순간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는 없었어요.”
결국 세 사람은 퇴직금으로 몇 년 버텨 보자며 2015년 1월 법인을 세웠다. 처음부터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뷰노는 창업한 지 한달 만에 투자를 받았다. 이 대표는 말한다. “먼저 창업한 지인들에게 소개를 받아 벤처캐피털을 찾아갔어요. 그 때 준비한 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설명한 5장짜리 파워포인트가 전부였습니다. 벤처캐피털에서 (우리의 설명을 듣고) 어떤 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하더군요.”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뷰노는 벤처캐피털 두 곳으로부터 각각 1억 원과 중소기업청이 운영하는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5억 원을 투자 받았다.
구체적인 사업 분야는 투자를 받은 뒤 결정했다. 이 대표는 말한다. “어떻게 하면 기술이 사회에 가치 있게 사용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의료분야를 선택했죠. 머신러닝 기술이 의사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의료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뷰노는 환자들의 CT, MRI 사진과 진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폐질환 감염 여부를 빠르게 판단하고 의사가 정확히 진단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 ‘뷰노 메드’를 개발했다. CT와 MRI 같은 의료 영상은 의사가 환자 몸 속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시각적 정보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같은 데이터로도 의사 숙련도와 소견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다. 현재 뷰노는 미래창조과학부 과제로 서울아산병원 연구팀과 함께 폐질환 영상 진단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말한다. “뷰노 메드가 판단한 폐질환 진단이 정확한지를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에서 검증하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을 마무리하면 서울아산병원은 뷰노 메드로 환자의 영상검사 데이터를 먼저 분석해 폐암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 대표는 뷰노 메드를 통한 진단 정확성이 약 97%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뷰노는 사람 손을 찍은 엑스레이 사진으로 연령을 판독하고 성장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본에이지’ 사업을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뷰노는 국내에서 쌓은 경험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 진출도 꿈꾸고 있다. 이미 미국 법인도 설립한 상태다. 이 대표는 말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의료환경을 가지고 있어요. 동시에 의료용 촬영 비용은 저렴한 편에 속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의료 영상 데이터가 쌓여 있죠. 의료 수준도 높고 데이터도 풍부하기 때문에, 분석 역량만 잘 갖추면 해외 업체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유리한 상황입니다.”
한국에는 B2C 분야 앱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이 대부분 벤처 생태계를 채우고 있다. 다시 말해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에 대해 이대표는 두 가지 원인을 들어 설명했다. “막 연구하기 시작한 기술을 가지고 곧바로 돈을 버는 건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미국이나 중국 등 해외 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 없이 기술만 가지고 있어도 큰 돈을 투자 받을 수 있어요. 그걸 가지고 다시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식이죠.
그러다가 상장을 하거나 매각을 하는 구조가 정착되어 있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비즈니스 모델이 없으면 투자를 꺼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실패가 용인되지 않는 사회 문화를 꼽았다. “고급 기술을 가진 박사학위 소지자들은 큰 회사에서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고 있어요. 괜히 창업했다가 실패하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창업자도 적고 고급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뷰노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도 고민하고 있다.
이 대표는 말한다. “의료용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머신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정밀 부품 검사장비, 바이오 이미지 분석용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 확장을 구상하고 있어요. 2016년 중반부터는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