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아베노믹스 구원" BOJ의 금리도박… 실물경기·증시 살릴까

글로벌경제 불안에 디플레 탈출 시나리오 차질

국채매입 대신 금리인하로 양적완화 정책 선회

ECB도 금리인하 초읽기… 글로벌 환율전쟁 예고



일본은행(BOJ)의 기습적인 마이너스 금리정책 도입은 지난 3년간 일본 경제의 회복세를 견인해온 '아베노믹스'가 새해 들어 총체적인 난국에 부딪친 가운데 나온 고육지책이다. 지속되는 저유가 여파로 물가가 '제로' 수준에 머물면서 디플레이션 탈출은 멀어진 지 오래고 글로벌 경기둔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지난해 말 일본의 주요 경제지표는 줄줄이 마이너스로 추락한 상태다. 여기에 세계금융시장 불안으로 지금까지 아베 정권 유지의 원동력이 돼온 증시가 연초부터 곤두박질치고 엔화 가치 상승이 위험 수위에 근접하자 위기감을 느낀 금융당국이 공격적인 추가 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의 아베노믹스'…총대 멘 BOJ=침체의 기로로 내몰린 일본 경제의 현실은 29일 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 직전에 정부가 발표한 경제통계에서 확인됐다. 이날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산업생산지수는 전월 대비 1.4%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가계실질소비지출은 전년 동월비 4.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시장 예측치를 밑도는 수치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2월에도 0.1%(신선식품 제외)에 그쳐 물가 정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추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여기에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으로 아베 정권의 디플레이션 탈출 시나리오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BOJ를 움직인 동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는 연초 대비 10%가량 급락하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달러당 125엔에 육박하던 엔·달러 환율이 한때 115엔대까지 밀리면서(엔화 가치 상승) 기업들의 투자심리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 '깜짝' 금리 인하의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국채 매입에서 금리 인하로 정책 전환=이날 금융통화정책회의에 앞서 시장에서는 시장의 예상은 현행 연간 80조엔 규모인 장기국채 매입 확대를 예상하는 선에 머물렀다. 특히 지난해 말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직접 마이너스 금리정책 도입 필요성을 부인함에 따라 금리 인하 가능성에는 거의 무게가 실리지 않았다. 구로다 총재가 불과 한 달여 만에 입장을 바꿔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꺼내 든 데는 BOJ가 추가로 사들일 만한 자산이 거의 바닥났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연간 80조엔 규모인 장기국채 매입을 10조~20조엔가량 확대할 경우 내년 여름 전에 국채매입 여력이 한계에 부딪칠 것이라는 경고가 제기돼왔다.

전문가들은 BOJ의 이번 결정으로 지난 2013년 4월에 도입된 양적·질적 완화정책이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보고 있다. 도쿄 소재 UBS증권의 아오키 다이주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결정은 BOJ의 주요 정책수단이 마이너스 금리로 바뀌었다는 정책 전환을 의미한다"며 "BOJ가 더 이상 국채를 매입할 능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BOJ발 환율전쟁 재점화하나=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 위축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BOJ가 경기부양과 증시 견인을 위해 과감한 추가 완화정책을 내놓으면서 다른 중앙은행들이 받게 될 추가 완화 압력은 더욱 커졌다. PNC파이낸셜 서비스그룹의 빌 애덤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BOJ의 공격적인 완화는 주요 중앙은행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완화 종료 정책을 따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신호"라며 "각국 중앙은행들의 추가 완화정책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BOJ를 시작으로 환율정책이 촉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당장 이날 엔화 가치가 달러당 118엔대에서 장중 121엔대까지 급락한 사실이 보여주듯 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배경에는 엔화를 약세로 유도하려는 의도도 담겼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당장 오는 3월 추가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유럽중앙은행(ECB)이 환율전쟁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중국의 행보다. 28일 리커창 중국 총리는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뜻이 없다"고 밝혔지만 경기둔화가 가속화할 경우 추가 부양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신경립기자·최용순기자 klsin@s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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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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