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보도자료만 베끼라는 기재부의 오만



"아직 확정 안 된 내용을 쓰면 어떻게 합니까. 기사와 실제 내용이 달라지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기자가 지난 22일 '2016년도 공공기관 신규 지정' 내용을 보도한 다음날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 실무자로부터 항의 전화가 걸려왔다. 기재부는 본지 보도에 대해 "2016년 공공기관 지정안을 실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으며 전혀 확정된 바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해명자료를 냈다. 기사가 인터넷에 뜬 지 40분 만이었다.

일주일이 지난 29일 기재부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를 개최하고 회의 결과를 보도자료로 뿌렸다. 12개 기관을 신규 지정하고 5개 기관을 지정 해제한다는 본지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달라진 것을 꼽으라면 한국수출입은행 하나다. 현행 기타공공기관에서 준정부기관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빠졌다. 건전성 지표가 급속히 나빠진 수은에 대한 경영감시를 지금처럼 '느슨히' 하기로 후퇴한 것이다.

언론을 대하는 기재부의 불친절한 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안건인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본연봉 인상률 차등 같은 사안은 내용도 복잡하거니와 민감한 문제인데도 '보안'을 핑계로 사전 브리핑은 부재했다. 담당자들의 전화도 먹통이었다. 그나마 기자들이 온전히 의존해야 했던 보도자료마저 '%'와 '%포인트'를 잘못 기재해 기자들의 혼선을 유발했다. 오후 6시가 넘어서야 가까스로 연락이 된 실무자는 "%와 %포인트는 똑같이 봐도 무방한 것 아니냐"는 황당한 태도를 보였다. 공공기관 임직원 수 만명의 연봉이 제멋대로 춤을 출 수 있다는 사실이 대수롭지 않은 듯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로봇이 기사를 쓰게 돼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알고리즘을 활용해 독자에게 주식 시황을 알리고 있다. 언론의 역할을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 베껴 쓰는 것쯤으로 생각한다면 굳이 로봇까지 갈 필요도 없다. 역점 정책을 브리핑하는 데 열량을 소비하지 말고 홈페이지에 그대로 띄우라. /경제부=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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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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