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설 경기 들여다보니] 모처럼 활기라지만… 유통가 '통큰 손님' 드물고 중저가에만 북적

백화점·대형마트, 고가선물 대신 실속형 주력

그나마 기업수요 덕에 매출 5~10% 증가 기대

전통시장도 제법 붐볐지만 명절 대목은 '글쎄'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선물세트 코너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지갑을 여는 손님들은 많지 않고 구매도 중저가 선물세트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현장 판매직원들의 설명이다(왼쪽 사진). 이날 서울 남대문 시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진열한 물건 옆으로 걸어가고 있다. 다시 추워진 날씨 탓에 주말인데도 시장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오른쪽 사진).
/이호재기자

설 연휴를 한 주 앞둔 지난 30일. 전국 백화점과 대형마트·전통시장은 설 준비에 나선 소비자들이 모여들며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연말 이후 소비심리가 다시 냉각되면서 '명절 한 주 전' 풍경은 예년보다 덜해 보였다. 주요 매장들은 확실히 평소보다 북적였지만 실제로 제품을 사는 사람들은 예년에 비해 많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불황에 씀씀이를 줄이면서 소비 패턴도 중저가 선물세트 위주로 집중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번 설은 개인 선물 구매가 유난히 중저가 세트에 몰리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40만~50만원대 정육세트를 비롯해 100만원대 전후의 고가선물을 집중적으로 내걸었던 백화점은 올해 20만원 미만 정육세트와 15만원 미만 굴비·청과세트를 대거 선보이는 등 1~2인 가구와 실속형 선물세트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연말 이후 소비심리 위축이 상당하다"며 "의미 있는 회복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른 점이 설 선물 동향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예년에 비해 5만~10만원대 가공식품 매장 규모를 크게 늘렸다. 현대백화점은 실속 선물세트의 판매량이 본 판매 기간(22일~30일 기준) 동안 43.7% 늘었다. 선물세트 입점 업체들도 평균 단가를 지난해 추석보다 2만~3만원가량 내리고 할인율을 높이는 등 불경기에 지갑을 닫은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 백화점 입점 선물업체 직원은 "주말이 되니 좀 낫긴 한데 어제까지만 해도 손님보다 판매직원이 더 많게 느껴질 정도로 한산했다"며 "지난 명절에 비해 확실히 선물세트가 덜 팔리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어 "그나마 가격을 내리고 실속형을 늘려 겨우 지난해 매출을 맞출 듯하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백화점들은 올해 설 판매가 지난해 대비 5~10% 신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지난달 30일까지 선물세트 본 판매 신장률이 롯데 23.9%, 현대와 신세계는 각각 20%, 19.6%로 양호한 편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부쩍 추워진 날씨와 기업 수요, 업체들의 아이디어 상품 등이 그나마 설 경기를 뒷받침해준 덕이다. 1월 들어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각 백화점에서는 홍삼·견과 등 건강식품 선물세트 판매량이 급증했고 의류 선물 매출도 늘었다. 건강선물은 현대 34.4%, 신세계 22.9% 신장하는 등 선물세트 카테고리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정육 및 청과도 한우에 냉동 갈비, 배와 가격이 낮은 사과를 섞은 혼합세트 등 아이디어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전체 선물세트 매출의 45%가량을 차지하는 기업 수요가 큰 힘이 됐다. 롯데백화점은 설 행사기간(4~25일) 동안 법인 상품권 매출이 20%, 선물 매출이 17% 오르는 등 기업 수요가 지난해 설보다 20%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 판매 매출은 직전 주에 통상 60% 이상 집중되고 갈수록 선물 구매 시기를 앞당기는 경향이 강해 올해 두자릿수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백화점 관계자는 "초반 판매 동향은 다소 양호했고 지난주 말 (30~31일) 매출도 예상보다 나은 편"이라며 "어느 해보다 마지막 남은 한주에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설 선물시장에서마저 역신장했던 대형마트도 올해는 본 판매에서 소폭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청과 혼합세트, 중저가 멸치세트 등 실속세트의 품질을 높인 점이 소비자의 마음에 적중해 지난달 28일까지 본 판매 신장률이 10%대를 넘어섰다. 지난주 말 대형마트에서 만난 박여진(38)씨는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설 선물을 거르기는 어렵다"며 "선물 구매비로 20만여원을 염두에 두고 나왔는데 괜찮은 중저가 세트가 많아 다행"이라고 웃었다.

서울 남대문·망원 등 전통시장은 한파가 다소 누그러지자 사람들이 제법 붐볐다. 그러나 상인들의 입에선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 "경기가 너무 안 좋다"는 볼멘소리가 가득했다. 특히 설 차례상에 올릴 동태를 2∼3마리씩 포를 떠가던 손님도 이제는 반 마리만 사갈 수 없느냐고 되묻거나 물건을 들었다놓았다 하며 구매를 망설이는 이들이 대다수라고 토로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수산물을 파는 한 할머니는 "갈치는 1만2,000원에 팔아야 하는데 가격을 깎아서 1만원을 불러도 손님들이 구입을 주저한다"며 "그나마 설 차례상에 올릴 500g짜리 부침용 동태포 정도만 팔리고 있다"고 푸념했다. 마포 망원시장에서 장사하는 조호식 망원축산 대표는 "손님들이 한우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육우 혹은 수입산 위주로 사간다"며 "설 대목이 아직 느껴지지 않지만 이번주부터는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희원·김민정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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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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