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中企 기회의 땅 이란서 희망 찾자

유럽-아시아 잇는 지정학적 위치

풍부한 자원·우수한 산업기반 등 중기 활용할 수 있게 경협 서둘러야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송재희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이란 경제제재 해제 이후 세계 각국의 이목이 이란에 집중되고 있다. 이란이 갖는 신시장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를 선점하기 위해 전 세계가 펴고 있는 구애공세가 만만치 않다. 2012년 서방의 경제·금융제재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어왔던 이란이 약 1,000억달러(약 121조5,000억원) 규모의 동결 해외자산을 회복하고 국제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란 지도자들은 원유개발과 내수시장의 투자수요 등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내세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글로벌 기업들의 이란을 향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애플·코카콜라·GE 등 다국적 기업이 이란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일본의 도요타와 스즈키도 2010년 중지했던 자동차 및 부품수출 재개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의 이란 시장 진출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이란의 지정학적 위치, 풍부한 자원과 우수한 산업기반 등을 바탕으로 한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인력이 열악한 중소기업의 이란 진출은 만만치 않다. 결제시스템 미비, 열악한 물류시스템은 이란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진입 장벽이다. 낙후된 법체계, 외국인 투자제한 등 정책적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특히 경제제재 완화를 계기로 중국 기업의 진출이 증가하고 있어 가격 경쟁에서도 한국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필자는 지난해 11월 초 18명의 중소기업 시장개척단을 이끌고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방문했다. 해외판로 개척을 위한 신흥시장 발굴 차원이었다. 방문 첫날 허름한 건물, 좁은 도로 등 낙후된 인프라와 함께 투자 제한, 결제관행 등 37년간 국제사회로부터의 경제제재로 인한 영향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비자나 마스터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신용카드 사용이 일체 불가능해 현금 없이는 결제가 불가능했다. 느린 행정 처리도 한몫했다. 일행이 도착비자를 발급받는 데 약 3시간이 소요됐고 공항을 나오자 꽉 막힌 도로는 다시 한 번 지치게 만들었다.

그러나 사흘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3,000만달러의 상담실적과 5만달러의 현장계약 성과를 달성했다. 이란 시장의 잠재력을 평가하고 신규 거래선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란 정부의 기업유치 정책도 적극적이었다. 비즈니스 상담회 때 만난 이란 중소기업청(ISIPO) 고위관계자는 이란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의 비즈니스 파트너 발굴을 지원하고 150개 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협력사업 모델을 마련하는 등 기업 간 교류 확대와 투자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체계를 마련 중이라며 한국 중소기업의 이란 진출을 적극 독려했다.

이란 시장은 성장정체와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에 새로운 기회다. 석유화학·산업기계·건설장비 등 인프라 프로젝트 활성화와 경제성장에 따른 자동차·의료기기·정보통신기술(ICT)·가전제품 등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 8,000만명의 내수시장과 전체인구의 60%를 차지하는 30세 이하 양질의 인력 활용도 가능하다. 최근 중국 등 기존 수출 거래선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란 시장이 중소기업 수출회복을 위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중소기업이 유망 신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란 시장을 개척하고 신규 거래선을 발굴할 수 있도록 한·이란 경제협력방안을 서둘러야 한다. 이란과의 교류확대가 수출 실크로드 부흥의 전진기지가 되기를 바라며 중소기업이 그 주역이 되기를 기대한다.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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